[통일칼럼]지식식재산권 교류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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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 일간지에 ‘북한산 황진이, 중국에 간다’는 기분 좋은 기사가 실렸다.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의 대외판권을 관리하고 있는 국내 출판사에서 중국어 번역판을 발간해서 중국에 수출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몇 해 전 남쪽에 소개되면서 북쪽의 작가가 썼다는 것 말고도, 소설 속 황진이의 모습으로 많은 남쪽 독자를 매료시킨 소설 ‘황진이’의 바람은 지난 연말 안방으로까지 이어졌다.

 ‘황진이’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로 남남 간, 남북 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식재산이라는 큰 틀에서 남북 간의 공유가 없었기 때문에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식재산권의 한 교류 형태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작권도 큰 범위로 보자면 지식재산권의 한 부분이다. 지식재산권이라 하면 앞에서 언급한 저작권 외에도 특허·발명·상표권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재산권은 단순한 권리의 문제를 뛰어넘어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는 산업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특허부문에서는 뛰어난 기술특허는 1%의 로열티 수입이 제조회사의 10% 수익률과 비견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등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식재산권을 조명하는 등 산업의 주요한 형태로 이미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간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지식재산권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보호 노력 등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낙후한 수준이다. 남북은 서로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우리 기업의 상표가 북한에 등록됐다는 기사가 이전에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정확한 진위를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북한의 특허 관련 기관에 남쪽의 지식재산권의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식 방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남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식재산권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유형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지나가기 쉽다. 그러나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남북 간 경제교류 활성화에서 지장을 초래한다. KT나 삼성은 수년간 북한과 함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진행을 해오고 있다. 개발을 할 때 개발 당사자 간에 비밀유지 계약 및 소유, 활용을 명시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사업을 확대시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남북 간에 이러한 부분의 명시가 없어서 좀 더 깊은 기술교류를 어렵게 한다. 이는 서로에 대한 믿음의 문제라 할 수도 있지만 서로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아 나타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IT분야뿐만 아니라 남북 간 경제활동 전반에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늘어날 것인데, 언제까지나 개별 당사자가 비공식적으로 해결하도록 방치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라도 남북 당국자가 지식재산권 문제를 정립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허청의 2004년 자료에 보면 1992년부터 당시까지 북한에 368건의 외국인 특허가 등록됐다고 한다. 놀라운 일은 이 중 91건이 북한과 가장 대립관계에 있는 미국의 특허라는 점이다. 미국은 특허 외에 상표권도 등록하는 등 자신들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조차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를 구분해 실익을 취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아직 큰 틀에서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자는 지식재산권이 교류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부가가치상품임을 인식하고 이제라도 서로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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