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e러닝, 溫故而知新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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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사성어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요즘 e러닝에 필요한 화두가 아닌가 싶다. 특히 e러닝이 실용적인 지식습득 및 활용을 지향하는 측면에서 조선시대 실학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인터넷 붐과 함께 e러닝이 도입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e러닝 산업 쪽에 확실한 성공모델이 보이지 않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2006년 말 기준으로 e러닝 시장규모는 1조6000억원에 이르는데 정작 e러닝 산업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와 실질적인 성과가 별로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그러고 보면 아직 e러닝 분야에는 자랑할 만한 명품이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알고 공감할 만한 히트상품이 있을 때 관련 산업도 활성화되고 분위기 또한 살아난다. 명품이 나오려면 우선 명품 제작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e러닝도 영화나 책처럼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이게 아직 제대로 안 돼 대박 상품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여타 산업처럼 자본 및 투자유치 시스템과 우수한 인력유입 등 제반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 e러닝 산업은 변죽만 요란하지 실제로 자랑할 만한 성과가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팔릴 만한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데 여전히 e러닝은 공급자 중심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학습자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콘텐츠나 서비스가 제공되기 일쑤다. 수요자인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지향하지 않고 맹목적인 기술과 일방향식 지식전달에만 치우쳐 일회성 클릭이벤트로 그치면서 e러닝의 매력이 점점 떨어져 그럴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지나온 e러닝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그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미래전략을 수립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볼 때 지금이 적기다. 따라서 e러닝산업 전반을 점검해보고 그동안의 노력과 한계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한 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초심으로 돌아가 e러닝이라는 단어의 뒷부분 즉, 러닝(learning)의 의미를 유념해야 한다. 본연의 가치인 교육 혹은 학습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과 학습은 꼭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그냥 놀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라이프 사이클과 인간의 심리구조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맹목적으로 따라오는 학습자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학습도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쭉 해왔고 현재에도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기에 삶의 연장선상에서 e러닝을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기존 기업교육 혹은 대학교육과 초·중등 교육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데 e러닝의 역할이 빛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쁜 일과 때문에 오프라인 학원에 정기적으로 갈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어학강좌나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을 위한 e러닝 수업제공 등 꼭 필요한 곳에 나타나 해결사 역할을 e러닝이 할 수 있을 때 승산이 있다.

 e러닝을 통한 디지털 융·복합화도 이러한 취지에 맞게 교육현장에 창의적으로 접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막연히 유비쿼터스 기반 기술을 접목했다고 해서 학습자들에게 u러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에 기초해 유비쿼터스 기술을 얹어야 한다.

 조선 정조시대를 전후해 실학이 한때 융성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 했던 것처럼 e러닝도 학습자에게 지식중심의 서비스 정신으로 재무장해 정말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때 e러닝 산업도 덩달아 크게 융성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이해 e러닝이라는 디지털 실학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산·학·관이 한데 힘을 모아 세계 지식문명을 선도해 가기 바란다.

◆이상희 한국u러닝연합회장 rheeshp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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