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적용 품목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중소기업청과 조달청 간 공방이 치열하다. 표면적으로는 조율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견 차이가 너무나 확연하다. 오죽하면 감사원에서 양 기관 관계자를 불러 조정 권고까지 내렸겠는가.

 그런데도 속히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이번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에서 들고일어났다. 중기청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22일 오전 조합 관계자 40여명은 중기청을 전격 항의 방문하고 MAS 품목 대상 확대를 강력히 주장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었는지 중기청은 비공개 회의를 제안했고 회의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조합 측은 중기청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하는 기관인 중기청이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MAS 적용 품목을 제한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조달청에 제안한 97개 품목 외 15개 품목을 추가로 MAS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기청이 도입한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제도를 무시하고 일반 경쟁입찰에 참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난감해진 건 중기청이다. 올해 처음 도입한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제도가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칫 조달 물품의 품질 저하될 수 있는데다 자금력과 영업력이 탁월한 업체의 수주 물량 독식이 우려돼 조합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지도 못할 처지다.

 심각한 고민에 빠진 중기청과 달리 조달청은 현재의 상황을 즐기고 있다. 조합이 앞장서 MAS를 확대해달라고 하니 조달청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셈이다.

 중기청의 경쟁입찰 제도, 조달청의 MAS 모두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양 기관이 서로의 주장만 고수하게 되면 피해를 보는 쪽은 중소기업이다. MAS 적용 대상 품목을 조기에 결정하지 않으면 업체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과연 어느 제도가 중소기업을 위한 것인지 두 기관 모두 욕심을 버리고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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