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은행, 정체성 포기했나?

 최근 정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산업은행이 18일 지난해 대비 8.1%가 증가한 26조5000억원의 2007년도 산업자금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이렇다. ‘대출은 확대하되 투자는 축소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은 대폭(15.1%, 이하 전년 대비) 늘리되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은 소폭(3.6%) 확대한다’. 이런 발표 내용을 보면 산업은행이 과연 정체성을 고민 했는지 의문이 든다.

 비록 많은 중소기업이 아직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 시중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43조5000억원으로 11조원이었던 전년도에 비해 무려 4배가량이나 늘었다. 결국 산업은행은 이들 금융기관에 맞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아한 것은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비록 산은은 늘리기로 했지만 증가율만 보면 중소기업 전체의 5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를 만들기 위해 무척 애를 쏟고 있는데 산은은 그리 협조적이지 않아 보인다.

 투자 축소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의 정체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와 프로젝트성 투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대기업이 이용하지 않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이날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로 자금사정 애로가 예상되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경영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BIS협약(바젤Ⅱ) 도입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줄일 채비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이 이들을 끌고 갈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을 거론하며 “금융 공기업의 당초 설립목적 달성 여부, 존치 필요성, 효율성 등에 대해 주무부처 차원에서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다. 기획처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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