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 안에 부처별 과학기술 분야 중장기 계획을 전면 정비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부처별 사업 연계성을 높여 범부처 차원의 중장기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미래 청사진 못지않게 현재 중복투자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은 과기 분야 재도약을 위한 조치라고 하겠다. 각 부처는 상반기에 기존 중장기 계획의 자체 정비 방안을 수립해 시행해야 하고, 새로 마련한 중장기 계획은 과기부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진 수립·시행 기준 틀에 맞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국정 과제로 정했다. 첨단기술개발은 기초과학연구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없이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사회에 기초과학이 발전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 참여정부는 과기장관의 부총리 승격과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과학기술 정책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잣대인 점을 감안하면 타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이 부처별로 수립되면서 이런저런 문제점이 나타났다. 같은 분야에 예산이 중복편성되거나 비슷한 R&D사업을 하면서 부처에 따라 예산 규모와 사업기간 등에 차이가 발생하는 등의 사례다. 더욱이 부처 간 과기 분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거나 정책 중복으로 해당 업체가 혼란에 빠지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가 이미 수립한 중장기 계획을 전면 손보기로 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정비가 부처별 과기 분야 계획의 체계화를 이루고 중복 또는 반대되는 계획을 정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과기 분야 정책은 거시정책이다. 당장 연구성과가 나타날 수 없다. 하지만 과기 분야가 제 역할을 못하면 성장동력 육성에 차질을 빚어 IT 강국으로 거듭 발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과기 관련 중장기 계획은 사전 검토를 철저히 해야 하며, 각 부처가 내놓은 중장기 계획의 연계성을 심의해 내용을 조정하는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과학기술 기본 계획과 중장기 계획의 연계성 여부를 검토해 R&D 예산의 조정·배분에도 반영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온 부처 간 중복이나 정책 혼선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대형 SW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항공·인터넷 분야 SW 대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오는 2011년까지 항공기와 인터넷 서버용 SW 개발에 연간 100억원씩 최대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국내 SW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항공 분야의 SW 개발이 성과를 거둘 경우 전투기 등의 SW 국산화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 SW 기반의 대규모 인터넷 서버시스템이 개발되면 현재 1만원 수준인 국내 인터넷 포털의 1기가바이트(Gb)당 서비스 비용을 2000원대로 낮출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되는 일이다.
정부는 이런 정비 노력과 더불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 연계를 강화해 과학기술의 성과를 높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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