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일회성 활동’이나 ‘자금 후원’으로 이뤄졌던 교과서형에서 탈피, 각자의 사업영역을 토대로 저마다 특화한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 방식의 즐거운 파격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사회적 추세에 따라 올 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별도 기구를 설립해 기업들과 발걸음을 같이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개별 기업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영역의 데이터베이스 및 네트워크를 구축, CSR 활동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지난 1980년대 초 시작된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20여년 만에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거액의 사회기부를 약속하고, 최고경영자까지도 몸소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여건 속에서도 사회공헌 예산을 확대하고 일률적인 봉사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온라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이 지난 연말 온라인에서 벌인 자선모금 캠페인은 시작 보름여 만에 1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는 2005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모금에 참여한 네티즌 역시 1.6배나 늘어나는 등 온라인을 통한 기부문화도 이제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올해 사이버머니 및 휴대폰 결제 등으로 이뤄지는 ‘직접기부’ 방식으로도 네티즌 및 모금액이 전년 대비 모두 2배 이상 증가하며 새로운 기부문화의 장을 열었다. 그동안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수를 겨냥하거나 기업의 비윤리적인 모습을 완화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주요 기업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물질적 기부가 아니라 기업의 지적 잠재적 능력과 자산을 바탕으로 사회 기여의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흐름이 부쩍 눈에 띈다.
또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교육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은 향후 기업이 보유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며, 유통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투자로 볼 수 있다. 이는 사회가 더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사회적 역량을 배가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01년 다음은 업계 최초로 임직원이 함께 스톡옵션을 기부하여 만든 비영리 정보문화 재단을 설립, 미디어기업이라는 자산을 활용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형식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의 창작활동을 지원해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미디어를 접하고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줌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색채를 사회공헌활동과 연관지어 그 효과를 배로 한 사례는 이제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모 기업은 공연장 건립과 자체 미술관 운영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온라인상에서 멘토링 제도를 운용하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축제를 후원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기업 저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사회공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신호탄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공헌문화와 인식이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환원과 사회적 투자를 성실히 하는 기업이 장기 지속성 측면에서 영속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수록 더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기업 사회공헌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moon@daum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