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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6년 올해의 인물은 바로 ‘당신’(YOU)이었다.
타임은 그 이유로 ‘당신’이 글로벌 미디어 영역을 파고들고,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웠으며, 대가 없이 하는 일인데도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내용을 올리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디피아를 비롯해 UCC 등 개인미디어의 확산은 그야말로 혁명이고 ‘생산성과 혁신의 폭발’이다. 이제 디지털의 힘은 단순히 세상을 바꾸는 것에 멈추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 바꿔놓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수세기 전의 산업혁명처럼 그 누구도 도도한 흐름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과연 내가, 우리가, 대한민국이 이 거대한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느냐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기회지수(DOI)에서 2005년, 2006년 2년 연속 1등을 했고 각종 정보 인프라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정보문화는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증진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늘고 있다. 디지털의 힘을 생산이 아닌, 소비에 사용하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은 각종 오락 일색으로 흐르는 정보통신 문화를 예방하거나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방치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IT 강대국으로 자부하는 한국이지만 정작 산업에서는 IT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새해의 실천혁신 브랜드로 ‘디지털 ALPS’를 선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디지털 ALPS’는 정보격차의 단계별 해소 전략인 디지털 접근, 교육 및 교양, 생산적 활용, 지속가능한 발전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우리에게 정보통신 접근 확산의 중요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국민 평균 수준에서 보자면 지식정보의 생산적 활용과 지속발전이 더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정보격차에서 정보기회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거니와 생산적 활용을 통해 창출하는 디지털 문화의 순기능적 가치사슬을 개인 및 국가의 지속발전으로 연결시키는 구체적 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미국의 영어 사용 감시단체인 글로벌랭귀지모니터(GLM)는 ‘2006년의 단어’로 ‘지속가능한(sustainable)’을 선정했다. 이와 궤를 같이 해서 미국 대학가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 예로 애리조나주립대는 이달 정식 단과대학인 ‘지속가능성 대학(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선도그룹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며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디지털 선도국인 우리가 빠져서야 안 될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 2007년 역시 매우 중요한 해다. 한국이 연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고지를 넘어서서 3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느냐, 중간에 낙오하느냐를 결정짓는 여러 고비가 올해에 진행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계한 IT 전략이 필요하고, 그 밑바탕에는 올바른 정보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의 달인’으로 유명한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글로벌 시대의 도전과 생존’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품을 혁신하는 사람을 영웅이나 스타로 대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과 혁신이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상전벽해에서도 보듯 지도자에게는 상상력이 뒷받침된 실용적 리더십이 가장 중요해졌다. 두바이의 성공은 셰이크 무하마드 군주가 ‘최고 상상책임자(Chief Imagination Officer)’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정보의 생산적 활용 없이는 상상력과 창조력의 잉태가 불가능하다. 결국 올바른 정보문화가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원천인 셈이다.
디지털은 사람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경쟁력 역시 이러한 희망에서 솟아난다. 새해에는 바로 당신(YOU)이 디지털의 생산적 역량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를 기원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