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만원 VS 450만원

올 한해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양극화’이다. 가전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최고가 명품’을 표방하는 수입 가전 제품들의 판매가 증대된 반면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소형 가전의 가격은 자꾸만 내려만 간다.

 세계 1위 가전업체인 월풀이 국내에 들여오는 양문형 냉장고 중 요즘 잘 팔리는 인기모델의 가격은 450만원이다.

 동일한 모델이 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50% 이하인 211만원에 판매 중이다.

 외산 업체 관계자는 “물류비, 서비스 비용, 관세 등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라 하기 힘들다.

 정반대로 1만원이면 살 수 있는 소형가전 제품도 수두룩하다.

 하이얼코리아가 올해 판매에 들어간 무선주전자의 가격은 1만원대. “할인점이나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5000원짜리 중국산 무선주전자나 1만원짜리 다리미·헤어드라이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게 한 중소기업 사장의 설명이다.

 수입가전 기업이나 중소기업 공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라는 미명 아래 불합리한 가격을 메기는 것이 문제다.

 수입가전 대리점들은 중저가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이미지 메이킹’과 수익을 남기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중소 가전 기업들은 아무리 원가를 낮춰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터무니없는 가격 앞에선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가격 거품이나 저가 경쟁 모두 시장을 왜곡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 부풀려진 가격은 과소비를 조장하고 제품 가격의 지나친 인하는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가격을 저울질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대책 같지만 가장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외형적인 경제 성장과 걸맞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가전 제품 가격 책정이 아쉬운 시점이다.

김유경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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