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丁亥年, 남북 IT협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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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병술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네티즌이 2006년 최대 뉴스로 ‘북한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실험 강행’을 꼽을 정도로 2006년은 남북관계 측면에서 매우 급박하게 전개된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6자회담 재개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핵문제 타결을 위한 6자회담 소식을 들으면서도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불확실성 증가와 신뢰 손실 가능성은 걱정으로 다가온다. 필요성과 당위성을 가진 경제협력 사업도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 전제될 때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산업의 특징적인 모습의 하나로 임계 수준(critical mass) 현상이 거론된다. 임계 수준 현상이란 일정 수준의 규모가 확보돼야만 시장이 본궤도에 올라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은 정부의 수요 활성화 정책과 통신사업자의 경쟁적 투자가 맞물리면서 임계 수준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이후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 고리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정치·군사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남북 경제협력도 임계 수준 현상의 특성을 띠고 있다. 즉 경제협력 규모가 작으면 남북관계나 국제 정치적 환경변화에 쉽게 흔들리는 취약성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사업의 수요자)이 증가해 임계수준에 도달(일정 규모의 시장이 형성)하게 되면 경제협력은 외부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영향을 받더라도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규모 경협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 사업의 중요성과 현재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는 사업을 이른 시간 내에 본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새삼 되새겨보게 된다.

 그동안의 남북 IT 교류협력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임계 수준에 근접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등 경제협력 지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기업활동을 지원, 경제협력 기반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은 직접통신망 구축을 통해 우리 기업에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남북 경제협력 활동지원을 위한 통신망 구축사업은 서비스 제공지역과 서비스 종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협력차원의 소프트웨어(SW) 부문과 하드웨어(HW) 부문의 교류협력이다. 특히 14건의 IT협력 사업 가운데 9건을 차지하고 있는 SW 및 콘텐츠 사업은 남북한 양측이 SW산업 육성에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데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HW 부문은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사업적 위험이 북한의 숙련된 인력과 낮은 인건비라는 이점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안정이 가시화되면 대북 사업추진 유인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SW와 HW 부문의 경제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IT 기업을 묶어주고 남북한 IT산업화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북한 내 대규모 IT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병술년 말미에 어렵게 성사된 6자회담이 북핵문제 타결과 남북관계 안정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IT 부문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로 나아가는 임계 수준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정해년(丁亥年)이 되기를 기대한다.

◆석호익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hoicksuk@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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