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나라를 위협하리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차이나 리스크’라는 신조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위협이 그만큼 현실로 다가왔다는 방증일 것이다. 중국은 블랙홀이다. 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미국·유럽 등 전 세계의 인력·기업·기술·자본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근접해 있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다. 13억의 인구, 여기에 매년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은 우리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도 중국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놓았다.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앞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게 분명하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경고단계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액은 사상 처음 미국을 뛰어넘어 100억달러를 웃돌았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2003년에 이미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에 육박할 정도다.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할수록 그만큼 차이나 리스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이미 중국에 각각 30개 안팎의 현지법인을 운영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제2의 내수시장’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성공비결은 현지화다. 삼성과 LG가 중국 현지에서의 성공에 환호성을 지를 때마다 한국의 제조산업은 비명을 질러야 한다. 노트북PC나 휴대폰, 디지털TV까지 과거 기술이전을 꺼렸던 제품도 이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이제 단순한 조립기지가 아니다. 중국 최고위층이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아닌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자신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의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발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은 문호를 개방한 이후 30년 동안 외국기업 우대정책을 펴왔다. 각 지역의 책임자 평가가 외자유치 실적에 좌우될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은 일변했다. 외국기업에 주었던 각종 혜택을 줄이고 중국 기업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단순 임가공무역 중단이 대표적이다. 이미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중소기업은 당장 원자재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소재는 중국산이 아니면 안 된다. 중국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투자유치도 중국이 원하는 분야만 받겠다고 한다. 앞으로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순진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중국은 우리나라 인수합병(M&A)의 주역이다. 중국은 1조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외화보유액을 앞세워 그들이 필요한 기업을 사냥하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뿐 아니라 오리온PDP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IT기업을 매각할 때마다 레노버나 하이얼 등 중국 대기업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우리를 쉽게 넘보지 못하는 첨단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이 오히려 한국으로 밀려온다. 한국발 차이나 리스크다. 안팎에서 중국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는 몇 년 후 서비스산업 외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제조산업의 공동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한국의 첨단기업이 속속 중국에 넘어가는 지금, 차이나 리스크는 현안이다. 차이나 플러스 원이라는 용어가 있다. 중국에 생산라인 하나를 설치하면 다른 아시아국가에도 그와 같은 생산라인 하나를 설치하자는 일본 정부의 대 중국투자전략이다. 우리도 중국으로의 쏠림을 막을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IT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이 중국의 주변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양승욱 논설위원@전자신문, sw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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