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디자인은 나눔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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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계절이다. 고마운 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불우한 이웃을 찾아 함께 사는 기쁨을 나누는 훈훈한 12월이다.

 이맘때는 벤처들도 각기 특색 있는 방법으로 나눔경영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아진다. 그런데 나눔에서 시기나 대상을 한정지을 필요가 있을까.

 최근 서울시는 올해의 ‘서울시 건축상’으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천주교 송파동 성당, 청계천 복원공사 1공구 등을 선정해 수상했다.

 특히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명소, 랜드마크가 됐다. 입장료 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찾을 수 있으며,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청계천 복원을 결정한 서울의 리모델링이야말로 ‘디자인 나눔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은 바로 또 다른 나눔의 방법인 것이다.

 최근 건축되는 아파트는 너나없이 브랜드를 내걸고 명품아파트, 웰빙아파트로 디자인되고 있지만 조금 안타까운 것은 구입자의 몫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내부 시설에는 화려한 투자를 하지만 공유하는 디자인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최근에 와서 많이 좋아졌지만 비행기에서 아파트를 내려다보면 일률적으로 갈색 성냥갑을 박아둔 것 같아 거대한 도미노 칩을 연상케 한다.

 물론 구입자가 비용을 지급하므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각형의 디자인밖에 나올 수 없겠지만 이를 매일 보고 살아야 하는 외부인도 조금은 배려해주어야 한다.

 언젠가 모 건설사 임직원과 사적인 자리에서 “아파트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준다면 디지털 도어로크 1억원어치를 기꺼이 기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디자인은 단순히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정신과 가치의 표현양식이다. 구입자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디자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아파트에 부착된 디지털 도어로크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회사의 디지털 도어로크 제품이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디지털 도어로크 사업을 하면서 “아이레보 제품은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좋다” 또는 약간 과장해서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는 말을 들으면 단지 잠금 장치로 문에 달린 쇳덩이에 불과했던 도어로크에 디지털과 디자인을 입혀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게 했다는 자부심이 든다. 하지만 이보다 우리 회사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파트나 디지털 도어로크처럼 외부로 드러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은 또 다른 나눔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도어로크는 안과 밖에 공존하는 제품의 특성상 디자인의 가치를 외부인과 공유하게 된다. 나 혼자 즐기는 제품이라면 나만 만족하면 되지만 공유되는 제품이라면 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아이레보가 추구하고자 하는 디자인에 대한 기본 생각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보다는 장착됐을 때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의 일부로 녹아들어 딱딱한 열쇠가 아닌 ‘행복한 가정의 첫인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디자인은 자연이다. 자연은 어느 하나 동일하지 않다. 수없이 다른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자체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벤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혁신성이다. 이러한 혁신성에도 자연을 닮은 나눔의 미학이 녹아있기를 바란다.

◆하재홍 아이레보 사장 goingha@irev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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