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시고 TV 리모컨 버튼을 몇 개나 쓰시나요?”
마흔부터 사람의 신체구조상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열어놓고 TV를 보며 리모컨 버튼을 다섯 개만 쓴다’는 주장이 있다. 머리를 열어놓는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다’는 뜻이고 버튼 다섯 개는 전원(1), 채널 올리고 내리기(2), 소리 키우고 줄이기(2)다.
그렇게 버튼 다섯 개만으로 TV를 조작하다가 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영화를 관람한 40대에게 내용을 물어보면 조금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머리를 열어놓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용자’기 때문. 이런 수용자와 달리 ‘이용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줄거리는 물론이고 아주 작은 이미지까지 줄줄 꿴다는 것. 결국 마흔을 넘어서면 TV 리모컨의 작은 글씨를 보는 게 귀찮아서라도 적극적인 이용자가 되기 힘들다고 한다. TV 리모컨의 작은 글씨가 부담스러운데 하물며 휴대폰·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래서 개인형 미디어(퍼스널 미디어)는 마흔 이전의 물건이란다.
너무 풀죽지는 말자. ‘40대와 버튼 다섯 개’ 주장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거나 아주 유명한 학자가 내놓은 것도 아니니까. 기자에게 이 같은 주장을 설명한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도 그 학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휴먼 TV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는 그 학자는 ‘리모컨이 곧 사람과 TV 간 교류 자체이며 과거나 지금 모두 버튼 다섯 개만 쓴다’고 주장했단다. 그저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면 되지 않을까.
측은한 40대의 기를 조금 더 북돋우자면, 리모컨을 조작하기가 귀찮다고 40대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경기를 보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놓였다고 하더라도 TV 앞으로 달려가거나 휴대형 동영상 단말기를 찾을 것이다.
최성진 교수는 “콘텐츠가 관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볼 만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추느냐에 위성 및 지상파DMB·IPTV·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성패가 달렸다. 이은용차장·정책팀@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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