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와 함께 변화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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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ES 2006’에서 가트너그룹의 마이크 맥과이어는 ‘2010년에는 프라임 타임이 사라진다’는 과격한 예언을 내놓았다. 불과 4년 뒤에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가족문화와 생활패턴이 정보기술(IT) 발달로 인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던 ‘재택근무’는 아니지만 중간 형태인 ‘원격근무’는 미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지는 실리콘밸리에서 불고 있는 이동형 직장인(mobile worker)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많은 직원이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회사 밖 카페나 거리에서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문서작업을 하고, 인터넷 전화(VoIP)를 통해 다른 지역 직원과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 때문에 최근 기업경영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공간활용과 배치 그리고 새로운 업무혁신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전의 네모난 한 사람만의 작업 공간(‘me’공간)을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동 공간(‘we’공간)으로 바꾸고 있으며, 사무실이 커피와 음식을 갖춘 ‘카페 같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덕분에 사무실이나 집기가 없는 무자산(asset-free) 기업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업무용 기기로 변신하고 있는 휴대폰이 있다. 휴대폰이 향후 업무용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조짐은 이미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삼성이 신형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내보낸 ‘이것이야말로 진짜 PC다(It’s real PC)’라는 광고에 잘 나타나 있다. 휴대폰이 업무 처리용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저장용량이 커져야 하고, 화면이 지금보다 몇 배 커져야 한다. 키보드 역시 타이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휴대폰 저장용량 문제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CES 전시회에서 삼성이 선보인 MP3플레이어와 5월에 출시된 삼성 PC는 4기가, 32기가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또 플렉시블 LCD와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도 출시되고 있어 ‘모바일 컴퓨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블로그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사람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올리는 블로그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이 방문 횟수 최대의 포털 사이트로 부상했고, 국내에서도 회원수 1500만명을 자랑하는 대형 블로그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 블로그 사이트에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오디오·비디오 콘텐츠가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으며, 증권 분석과 법률 조언, 뉴스 전달을 전문적으로 하는 블로그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학문적인 체계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일반 네티즌의 블로그와 팟캐스팅(PODcasting)이 주목받는 것은 기존 언론과 출판, 정치와 문화를 상당 부분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이 특별히 훈련된 사람과 체계에 의해 움직였다면 블로그는 일반인이 자신의 의견이나 경험을 가감없이 쏟아내면서 참여하고 이에 대한 수용은 각자 판단에 맡긴다. 그야말로 ‘거친 뉴스’와 ‘거르지 않은 의견’이다. 조만간 사이버 공간은 거미줄처럼 얽힌 개인 블로그의 집합체로, 팟캐스트와 같은 수많은 ‘민초’의 콘텐츠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개인화(personalization)’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PC기능들이 모바일과 네트워크 컴퓨터로 옮겨간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예견해온 ‘재택근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회사 서버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현재의 직장모습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간 전문직이라고 여겨졌던 정치와 문화, 언론의 영역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열린세상’이 오는 것이다.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재택근무, 프로슈머(prosumer)’로 특징지어지는 진정한 ‘미래사회’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최종욱 상명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마크애니 대표 juchoi@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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