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생 협약, 이번엔 실천하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상생협약을 체결해 오는 2015년 반도체장비 국산화율 50%, 디스플레이장비 국산화율 70% 달성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들은 △신공정 장비·재료의 성능평가 및 인증 △15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지원(수급기업펀드 사업) △차세대 장비 상용화기술 공동개발 등으로 국내 장비·재료의 국산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 사업으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수입대체 11조원, 수출 13조원, 고용 5만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데다 내수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등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상생협약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번 상생 협약은 단순히 협력사에 대한 재정 지원보다는 장비의 성능평가 및 인증, 설비투자 지원 등으로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이 불황을 딛고 재도약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윈윈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상상협약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특정 분야로 제한한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상호 신뢰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런 유형의 성공사례를 더 많이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중소 기업 간 상생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9월 반도체·디스플레이 32개 중소기업과 6개 대기업 간에 설비투자-구매 협력약정을 체결했으나 이후 성과는 미흡했다. 또 지난해 5월 16일에는 정부와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회의를 열어 성과공유제 도입과 현금 결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중소기업이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 실천의지가 약했던 것이다.

이번에 상생협약이 제대로 추진되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재료 산업의 취약점인 원천기술부족이나 규모의 영세성 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상호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해도 상대를 믿지 못하면 진정한 협력을 하기 어렵다. 불신이 쌓이면 구체적인 실행이 어렵고 실천하지 않으며 성과를 낼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인증평가사업을 하면서 철저한 기술보안과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꼭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수차례 상생협력을 추진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어렵다고 협력업체에 불공정거래를 강요하거나 지식재산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진정한 상생협력은 정착될 수 없다. 중소기업도 이번 기회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면 그 나름의 경영혁신과 기술개발, 품질향상 등에 나서야 한다. 당연하지만 부품의 납기는 절대 엄수해야 한다. 품질이 우수하고 납기를 엄수하면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기술력이 뒤진 중소업체들이 대기업 시설을 활용해 성능평가를 하는 점도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기업경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다. 이들이 주저앉는다면 뿌리가 상하는 것과 같다. 우리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또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예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비 재료 원천기술 상용화 사업도 탁상공론에 그치게 된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상생협약은 구두선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현안을 하나씩 실천할 때 동반성장을 할 수 있고 국가경제도 되살아날 것이다. 상생협력의 성패는 당사자 간 실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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