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슈퍼컴 톱 500` 순위의 의미

 1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SC06 슈퍼컴퓨팅 쇼’에서 ‘슈퍼컴퓨터 톱 500’이 선정됐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는 ‘린팩(Linpack)’이라는 벤치마크 도구를 이용해 속도와 성능을 기반으로 지난 93년부터 매년 6월·11월 두 차례 발표한다.

 한국은 이번 톱 500에 슈퍼컴퓨터 6대를 올렸다. △기상청의 ‘크레이 X1E’(29위) △서울대 ‘IBM e서버 블레이드센터 JS 20’(118위) △삼성SDS ‘HP 슈퍼돔 1㎓/하이퍼플렉스’(299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IBM x시리즈 제온 2.4㎓’(405위) △농협 ‘HP 슈퍼돔 875㎒/하이퍼플렉스’(470위) △삼성SDS의 ‘HP 슈퍼돔 875㎒/하이퍼플렉스’(471위)다.

 슈퍼컴퓨터를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이 308개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과 영국이 30개로 공동 2위, 독일이 19개로 4위, 중국이 18개로 5위, 프랑스가 12개로 6위였다. 한국은 중국에도 뒤진 11위에 머물렀다.

 10년 전인 96년 11월에는 국내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중 톱 500 순위에 포함된 것이 3개였고 최고 순위가 135위였다. 올 11월에는 6대로 최고 순위는 29위를 차지했으니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한꺼풀 들춰보면 실망스럽다.

 올해 톱 500 리스트에서 연산 속도 기준으로 29위를 차지한 기상청 슈퍼컴은 1위에 비해 속도가 엄청나게 떨어진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과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설치된 IBM ‘블루 진/L’ 슈퍼컴의 연산 속도는 초당 280.6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회 연산 속도)다. 반면에 국내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기상청 크레이의 X1E 연산 속도는 15.7테라플롭스에 불과하다.

 슈퍼컴은 사실 보유 대수보다도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복잡한 연구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대수로는 얼추 선진국 수준이지만 성능만 놓고 볼 때는 슈퍼컴퓨터 분야는 한참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혹시나 이번 슈퍼컴퓨터 성적표가 IT선진국이라는 위상에 흠집을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소영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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