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업에도 통합 가계부가 필요하다

기업이든 가정이든 간에 요즘 재테크의 화두는 단연 ‘펀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 주식형 펀드라는 것이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제대로 재미를 보려면 전문가를 능가하는 비교분석과 현재 자산에 대한 세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하지만 유행을 좇아서 뛰어들었다가 예상 밖의 함정에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회를 접했을 때 과감하게 뛰어들어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계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다.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낭비 요소를 발견하게 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제거해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맞게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주식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동원 가능한 자산과 향후 수입을 검토해 시의적절하게 펀드를 운용하는 노련함은 전적으로 최신 정보를 종합, 분석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각종 재테크 포털과 인터넷 뱅킹이 제공하는 온라인 가계부에서부터 투신사나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자산분석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효과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통합 가계부가 필수요소다.

 이러한 통합 가계부는 ‘재테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최근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신용불량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개인이나 가계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발생하는 원론적인 금전관리 문제를 사전에 막아 한순간에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급방법이나 체계, 상거래망이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법이 더욱 요구된다.

 개인이나 가계에 적용되는 원칙들은 기업의 조직 및 전사적인 기업 운영 전반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단지 수작업 차원에서 가능한 개인이나 가계의 통합 가계부 단계를 넘어선 대규모 수준의 기업 자원 관리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같은 맥락에서 기업에도 ‘IT 가계부’가 필수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기업 운영에 필수요소로 자리잡아온 전사자원관리(ERP)는 쉽게 이야기하면 최신 현황 정보를 토대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업용 ‘고성능 가계부’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은 수입과 지출 및 투자 운용이 단순한 데 비해 기업은 거미줄처럼 복잡하므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산과 자원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정보다 빠른 변신이 요구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기업의 자산 및 자원 운용 현황을 파악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기업 가계부에 해당하는 ERP는 통합 비즈니스 인프라로 자리잡아왔다. 초기 ERP 도입 당시만 해도 대다수 기업은 매출 극대화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실속 위주의 사회로 재편성되는 요즘에는 결국 수익률이 낮으면 헛장사를 한 것으로 치부된다. 수익률 증대의 기본 요건은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기업을 운영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하는 IT 인프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ERP는 기업 내부의 자산과 자원 운용 현황을 종합 관리하는 통합 가계부로서 물샐틈없는 자산 및 자원 관리를 통해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만큼 실속 위주의 운영을 표방하는 중소·중견기업이라면 더욱 필요한 솔루션이다. 또 도입과 함께 경영 혁신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ERP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통합 가계부는 수익성 있는 기업 성장을 위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임이 분명하다.

◆한의녕 SAP코리아 사장 en.han@s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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