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 스타개발자들의 현주소

과거 유명했던 스타개발자로 수년 전 회사를 창업했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국내 게임산업을 성장시키고 토대를 마련했던 그들은 지금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스타개발자들이 대박의 나래를 펴지 못하고 재도약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형편이다.

‘라그나로크’로 국산 온라인게임을 전세계에 알린 화제의 인물 김학규 IMC게임즈 사장은 현재 ‘그라나도 에스파다’로 고전 중이다. 서비스 초기엔 많은 유저들이 몰려 다시한번 성공의 신화를 보여주는가 싶었지만 끝내 바람은 일으키지 못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버전 2.0을 공개키로 하는등 변화 모색을 꾀하고 있으나 한번 외면당한 유저들을 끌어 모으기엔 역부족인 상황.하지만 그의 재기를 전망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또 한사람의 스타 개발자인 이원술 손노리 사장은 바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이리아’로 온라인 콘솔 플랫폼을 제창했고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유저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

스타이리아’에 포함된 게임들이 서로 시너지를 얹혀 주지 못한 채 함께 주저 앉는 모습만 연출했던 것. 최근에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슬림화 노력을 꾀하고 있지만 그 시일이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스타이라아’ 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을 일궜던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은 ‘XL1’의 실패 이후 칩거 중이다. 레이싱게임 ‘XL1’은 발표 당시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으나 재미만을 따지는 유저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송 사장은 현재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한 편이다.

이처럼 우울한 소식이 있지만 이들이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개발자도 적지 않다. 네오위즈의 정상원 본부장은 회사의 개발부문을 총지휘하며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그는 우수한 개발자를 자신의 인맥으로 끌어 모아 네오위즈의 전체 개발력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 엔트리브의 김준영 사장도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팡야’ 성공을 기반으로 32억원에 지분 51%를 IHQ로 넘겼으며 테크모와 공동으로 닌텐도 ‘Wii’용 ‘팡야’를 개발하고 있는 등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과 경영은 엄연히 다른 부문이란 측면으로 바라보면 재무재표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는 예견된 일”이라며 “특히 스타 개발자라도 만드는 작품마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개발에만 몰두해도 대박 달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데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개발자들에 대한 처우는 일반적으로 어떨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만이 가득한 곳인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개발자는 사무직 인력보다 20∼30%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회사에서도 최고 대우를 받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같은 나이에 같은 경력을 가져도 일반 마케팅 부서와 개발팀의 인원은 연봉에서 차이가 있다”며 “적어도 20∼30% 정도 많은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대부분 개발팀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일반 사무직이 지니는 박탈감이 훨씬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 근무 환경이나 복지는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개발자 처우에 차별이 있거나 낮다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회사 내에서 발언권이 약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한 개발사 이사는 “게임회사에서 회의는 대부분 게임에 관련된 것이고 개발팀장의 권한이나 발언은 막강하다”며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거의 다 수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소 융슝한 대접을 받는 개발자들이 바라는 그 이상의 대접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박이 났을 때의 보상 즉,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고생해 가며 개발을 했는데 성공의 열매를 일부 임원들이 모두 가져가는 모습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성공한 게임에 대한 보상심리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경영진에게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진도 보상여부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달리 하곤 한다. 최근 ‘열혈강호 온라인’ 개발사 KRG소프트 박지훈 전 사장이 독립을 선언했다.

KRG소프트는 엠게임의 자회사로 박지훈 전 사장은 이 회사 지분이 거의 없었고 ‘열혈강호 온라인’이 성공해도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열혈강호 온라인’을 이끄는 핵심 멤버로 대우를 받았고 중국 현지 법인 KRG소프트차이나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를 떠난 것이다.

 

또 박영수 전 엠게임 사장도 여기에 발을 맞췄다. 박 전 사장 역시 엠게임의 재도약을 마련한 주인공이며 손승철 회장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막대한 지원을 해 준 인물이다. 허나 엠게임에서 지분률이 너무 낮았다.

그 또한 아무리 회사가 잘 되고 코스닥에 상장되도 자신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엠게임과 긴밀한 관계이 있는 노아시스템의 박재덕 사장까지 합세해 이 3명의 朴사장들이 구름인터렉티브를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엠게임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간판 스타인 ‘열혈강호 온라인’의 개발자들이 박지훈 전 사장을 따라 대거 이동했을 뿐만 아니라 엠게임을 진두지휘했던 박영수 전 사장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 셈이다. 엠게임은 급히 권이형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관련 사장들과 관계를 다시 다지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엠게임을 지탱했던 기둥들이 한꺼번에 뽑혀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엠게임의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스럽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엠게임이 이렇게 된 사연에 뚜렷한 내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단지 더 큰 보상을 바라고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일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같은 현상은 비단 엠게임 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에 잠재돼 있는 가장 큰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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