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관련 뉴스가 매스컴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북 민간 경협과 관계있는 회사를 경영하는 처지에서 작금의 북한 핵실험 사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답답하기 그지없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다툼보다는 타협을 우선시해 온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사태 전개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꾸려가려는 우리 모두의 선의를 접어 버리게 하는 충격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런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전가하려는 언동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이 잘못되게 굴러가는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섣불리 이편저편을 가리려고 하면 우리 내부에 분열의 씨앗만 뿌릴 뿐이다. 결과론적인 견해는 너무 쉽고 어쩌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민간 기업이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왜 남북 경협에 앞장서 왔는지를 다시 한번 곰곰이 되짚어 볼 때다.
남북 경협의 필요성은 철저하게 경제적 타당성의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민족 통일을 염원해서 혹은 이 시대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민간 경협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정책적 의지라는 다른 가치관을 실현하는 정부 기관이나 유관 단체라면 몰라도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남북 민간 경협의 경제적 효용성을 따져 봐야 한다.
우선 단둥에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립, 운영하며 북한의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당사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국내와 비교해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의 고급 인력을 잘 활용해 신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SW개발센터를 서울이나 인도에 설치해 운영하는 것보다 더 높은 효용가치가 있다. 북한 내부 사정으로 개발 인력을 적기에 확대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현재 규모로도 충분히 경제적 타당성이 있기에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금융 제재가 현실화되면 임금과 용역 대가 지급이 당장 불가능해 질 수 있다. 북한 측은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면 더는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진다. 또 북한 인력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자국 내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면 당사는 당장 아웃소싱을 중단해야만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개발역량을 준비한다면 이것 또한 이중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위험에 대비한 비용 지급을 생각한다면 북한과의 경협이 여전히 경제적으로 효용성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
남북 민간 경협 자체에 ‘옳다, 그르다’ 하는 정치적 잣대를 개입시키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대북 제재 강도가 어떤 수준이 될지 가늠하기 쉽지는 않지만 바라건대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남북 민간 경협을 계속해 온 기업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고 여전히 경제적 효용성이 유지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정됐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계기가 돼 미국과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옴으로써 극적인 국면 전환의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저강도이든 고강도이든 무력 대결은 상호 간에 그리고 관련 주변국 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항상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진정 평화를 실천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계속 커지는 것은 서로 더 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정부 당국의 현명한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nam@dasan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