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에 진출한 한국 IT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무실에 CMM 레벨5 인증서가 걸려 있기에 한국인 임원에게 인증을 획득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직원들이 요구해서”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하기로 이름난 인도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높은 수준의 국제 인증을 갖추지 못하면 창피하게 여긴다고 했다. 인도 엔지니어들에게 회사의 국제 인증은 곧 ‘자기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인증’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품질 개선을 시작했던 2005년 초, 경영진을 제외한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매우 무관심했다. 또 대부분의 직원이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보니 외부의 표준이나 우수 사례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NIH신드롬(Not Invented Here Syndrome·자신들이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이나 연구 성과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는 현상)’이 사내에 만연해 있었다.
주위의 여러 동료, 상사와 논의를 거듭하며 고민한 끝에 △기존의 업무 관행을 최대한 존중한다 △프로세스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담당자를 지정해 가급적 많은 직원을 개선 작업에 참여시킨다 △활용하지 않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발굴해 ‘우리 것’부터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런 원칙 아래 1년 6개월이 넘도록 노력한 끝에 얼마 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국내 금융권 최초의 ISO20000 인증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외부 패키지를 도입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관리시스템과 지침을 활용한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 역량이 눈부시게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이제 직원들은 스스로 국제 수준의 품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자신감과 국제 수준의 IT운영 역량을 갖춘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IT조직은 회사의 마케팅이나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 인증을 획득한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인증의 진정한 성과는 ‘내부 인재 양성과 발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서 자체보다 조직원들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고 국제적인 IT전문가로 거듭나는 과정이야말로 국제 인증 획득이 IT조직에 가져다 주는 ‘열매’인 것이다.
◆김한조 우리금융정보시스템 기술전략팀 차장 hanjo@woorif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