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연작처당(燕雀處堂)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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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 신인류가 전 세계에 던진 시대적 화두다. 인터넷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 준거 집단의 패러다임에까지 변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은 인간의 지성은 물론이고 야성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묘한 특장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론 진귀한 보물들을 발견하는 뜻밖의 횡재를 하기도 하고 신비의 세계를 아무도 모르게 구경했다는 희열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인터넷에 내장된 ‘정보의 보고’는 인간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고 그것이 제공하는 ‘기회의 바다’는 인간의 야성적 탐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인터넷에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전 세계적 정보망으로 자리잡은 인터넷은 세계화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리에게 세계화는 이상이 아닌 생존조건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인터넷과 세계화는 바늘과 실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세계화는 자본의 운동영역 확장과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의 만남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인터넷은 분명 자본과 문화의 국가 간 간극을 좁히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인터넷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되는 것도 자본과 문화의 구조변동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계화도 자본의 공간이동뿐 아니라 문화의 접목과 융합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계화가 가지는 속성 중에는 인류공동체 형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선진국에 의한 개발도상국 수탈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인터넷이 세계를 유혹하고 지배하는 일종의 카오스가 된다는 가설이 긴 설득력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인터넷 기반이 없는 세계화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식사회의 총아로 각광받는 인터넷에서만큼은 IT강국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꼽아온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올해 덴마크·네덜란드·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4위로 추락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충격적인 보고다. 지난 2001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고수해온 인터넷 강국의 명성에 금이 가는 청천벽력 같은 발표가 아닐 수 없다. OECD는 한국의 칸막이식 규제와 IPTV 등 신규서비스 도입 지연을 하락의 주된 이유로 꼽아 한국 IT SoC의 강점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인터넷망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길에는 여러 길이 있다. 아무도 가지 않아 ‘버려진 길’이 있는가 하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난의 길’도 있고 갈수록 훤히 트이는 ‘희망의 길’도 있다. 그런데 그 길이 거기에 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길을 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모든 길이 희망으로 통하는 길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미디어의 융합을 가로막는 칸막이식 규제는 하루빨리 혁파돼야 한다. IPTV 같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신규 서비스를 조기 도입해 우리의 IT 강점을 중단 없이 살려나가야 한다.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4위로 추락했다는 것은 위험에 처한 한국 IT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각하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혜는 경험의 딸’이라 했다. 인터넷은 한국 IT산업의 노둣돌이다.

박현태 본지 편집인 ht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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