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한·미 FTA는 IT산업 재도약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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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철 (정보통신정책학회장·홍익대 교수)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디지털기회지수(DOI)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180개국 가운데 2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는 이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 IT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 위상에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IT기기 부문을 보자.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고유가와 환율하락, 공급과잉 등에 시달리며 글로벌 강자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우리 IT산업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IT인프라 측면의 우위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아이슬란스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네덜란드·덴마크 등이 근소한 차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IT서비스 부문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IT기기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67%에 이르러 IT산업 내의 부문 간 불균형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만 하더라도 글로벌화 수준은 전 세계 30위권에서 벗어나 있다. IT소프트웨어 부문은 더욱 그러하다. IT기기 부문과 IT서비스 부문 간 불균형이 IT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IT서비스 부문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문제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별 경쟁력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작년 29위에서 38위로 무려 9계단이나 떨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규제정책의 비효율성이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됐고 동시에 민간 부문 경쟁력 제고의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IT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하나의 탈출구가 지금 진행중인 한·미 FTA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한·미 FTA는 현재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IT기기 분야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은 우리 IT기기의 세계 최대 선진시장 접근 기회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미국에 진출한 주력제품이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참여정부가 집중 육성중인 차세대 성장동력의 조기 산업화와 핵심 부품소재산업의 글로벌 공급기지화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며 한·미 FTA가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한·미 FTA는 IT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높은 서비스업 경쟁력 때문에 한·미 FTA가 국내 서비스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서비스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많이 개방됐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한 시장과 경쟁의 확대는 현재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통신·방송 분야의 신규 서비스 및 융합서비스 등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한·미 FTA는 정부정책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통해 정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한다.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정책 방향이 규제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및 민간 경쟁력의 한 요소로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결국 한·미 FTA는 시장친화적인 규제정책, 민간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유도함으로써 균형잡힌 IT강국으로 설 수 있게 할 것이다.

 한·미 FTA 체결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협상 단계에서 논의되는 바와 같이 외국인 지분제한 문제, 기술선택 자율성 문제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한·미 FTA가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와 기업 모두 한·미 FTA 체결의 궁극적 수혜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향상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체질개선 기회를 갖게 될 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이 진정한 IT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kclee@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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