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초미니 스커트가 패션 유행을 선도했다. 무더위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도는 유행의 흐름이 올해는 짧은 치마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IT에도 순환 주기가 있다.
기술 자체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IT 환경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진보하고 있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법은 유행이 흐르듯 과거에 사용됐던 방법이 잠시 주춤했다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반복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70·80년대에는 IBM 메인프레임으로 대변되는 호스트 환경이었다. 중앙에 자리잡은 IBM 메인프레임과 같은 대형 시스템에 각각의 사용자가 더미 터미널을 거쳐 접속하는 중앙집중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중앙 시스템이 다운되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는 단점과 접속자가 늘어나면서 속도와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낳았다.
그래서 진화된 것이 90년대 시작된 클라이언트 서버 방식의 분산 컴퓨팅 환경이다. 즉 기존에 중앙 시스템이 전적으로 담당하던 자원과 업무를 분산 서버가 나눠 담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로써 개별 시스템 성능은 향상됐으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지사·원격지의 시스템과 인력 관리·운용 비용 상승, 보안 문제 그리고 광대역네트워크(WAN) 애플리케이션 성능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 사이 분산 환경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집중 방식으로 돌아가는 추세가 다시 나타났다. 분산 환경에서 새 방식으로의 통합과 중앙 관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따라 국내에 원격지 사무소나 지점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원거리 해외지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도 일반화됐다. 기업 운영은 점점 더 탈중앙집중화되고 있지만 효율적인 시스템 관리 및 애플리케이션 성능 강화를 위해 IT 인프라를 재통합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분산 기업 환경을 좀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전체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집중화를 구현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IT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해법이 제기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주장할 것이다. 분야별 요구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분산된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큰 틀 아래 통일된 관점에서 통합하자는 것이다. 또 서버나 스토리지 유관 업계에서는 서버/시스템 통합을 제시할 것이다. 분산 관리되는 서버나 스토리지를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통합하거나, 규모와 용량을 줄인 서버를 가상의 풀로 묶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체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접근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애플리케이션 통합으로 관리는 쉬워질 수 있으나 이전보다 무거워진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서버 통합으로 리소스의 분배와 효율을 높일 수는 있으나 이전보다 접속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통합 구현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든 서버든 또는 스토리지든 그 리소스는 네트워크로 접속돼 서비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과 서버/스토리지, 네트워크는 따로 생각하면 안 되며 전체 시스템을 보는 시각에서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 즉 이들 IT 구성 요소를 통합적인 견지에서 구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시스템 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분산 환경에서의 애플리케이션 성능·속도 그리고 시스템 관리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과 이로써 원격지 환경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통합 작업의 설계부터 구축 완료 시점까지 잊지 않는 것이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김재욱 리버베드코리아 사장 Jay.kim@riverb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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