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 색보정의 필요성

 세계 영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영화가 필름 없이 제작·배급·상영되는 디지털시네마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분명 영화계의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다. 필름이 사라지면 제작 과정의 필수 장비인 필름현상기·필름스캐너·필름리코더 등의 거대 장비도 사라져 제작 과정이 훨씬 쉬워지고 각종 운송 수단으로 필름을 운반했던 배급 과정도 네트워크를 통해 간편하게 해결된다. 디지털시네마 시대에는 물적·시간적 낭비의 근원과 통과의례적인 과정이 사라짐에 따라 영화감독의 창작활동은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다. 영화감독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선물은 없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관객을 사로잡는 훌륭한 시나리오다. 여기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는 영상의 사실감(reality)이다.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사실감 넘치는 영상을 제작하는 데 죽기살기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촬영·CG 또는 특수효과 작업 시 장면 하나하나에 말초신경까지 총동원해 시나리오에 딱 맞는 사실감 넘치는 영상을 제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몇 년 전에 개봉됐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를 제작할 때 시간과 돈을 가장 많이 낭비하며 고생한 부분도 바로 영상에 사실감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는 고생을 했다.

 어려움은 소니가 루카스필름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두 대의 디지털 카메라 중 한 대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사용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 디지털 카메라와 후반작업용 컴퓨터 모니터들 사이의 색상이 일치하지 않았다.

 촬영·CG 또는 특수효과 작업으로 생성된 영상들을 제각기 다른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며칠 동안 밤샘 작업과 색보정을 한 후 최종 점검 단계에서 관찰하면 대부분의 색상이 바뀌어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제대로 된 색보정을 위해 할리우드와 일본·유럽 등을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시원스러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디지털시네마에서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체험한 셈이다.

 얼마 전 문화관광부가 디지털시네마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시네마의 구축을 중점 과제로 채택하고 2011년까지 인프라구축,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발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기술개발 계획은 배급과 유통에만 한정시킨 것이었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영상 장비들 간의 색상 일치 기술과 인위적인 색보정 기술 등은 누락된 것이다.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필름영화 시절에 겪었던 ‘색상과의 전쟁’에 대한 악몽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새로운 디지털시네마 시대가 열리게 됐으나 영화제작 과정에는 과거와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말 디지털시네마비전위원회가 발표한 ‘D시네마 비전 2010’ 보고서를 보고 정말 기뻐했다. 이 보고서에는 디지털영상 제작 과정에서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매번 겪어온 어려움인 영상장비들 간의 색상 불일치 해소 기술과 인위적인 색보정 기술 개발계획도 당연한 것처럼 제시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 개발계획에서 밝혀진 것처럼 제작 과정에서 꼭 필요한 원천 기술들을 등한시하고 방치해 버린다면 디지털시네마 시대는 필름영화 시절보다 더 좋은 품질의 영화를 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더풀데이즈’가 상영되고 나서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보통신부는 오래 전부터 선도기반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색상 일치 및 원색재현 기술개발 사업들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서두른다면 영화 제작자들의 크나큰 염원인 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순수 우리의 힘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와 정통부가 손을 맞잡아 영화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국민이 바라는 양질의 영화가 제작, 상영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의 첫 단추부터 정확하고 확실하게 끼워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대한민국 디지털시네마의 백년대계를 여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문생 틴하우스 대표 및 영화 원더풀데이즈 감독,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 kimmoons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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