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화 LG전자 사장
최근 국내 휴대폰 업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우리 휴대폰 기업들은 원화 강세 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해외 글로벌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으며, 관련 부품업계 역시 올 상반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에 노키아·모토로라 등 경쟁사는 최근 BRICs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에서 저가폰으로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휴대폰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에만 치중해 이러한 저가 시장에 적기 대응하지 못한 탓이 아니냐는 시선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업계의 부진은 경쟁업체들의 가격공세에다 환율 하락이 겹치며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국내 업체들의 앞선 기술경쟁력이라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키아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모바일TV 방식인 DVB-H를 LG전자가 가장 먼저 상용화해 출시한 것이나 WCDMA나 HSDPA 등 차세대 시장을 우리 휴대폰업체들이 선점한 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세계 단말 시장은 네트워크의 진화나 새로운 기술들의 발전에 따른 프리미엄 시장과 단순한 통화 기능에 의존한 저가의 신흥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 단말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신기술, 신기능을 선도해 나가는 프리미엄 시장에 전략적으로 중점을 두어 왔다. 세계 단말 시장의 후발 주자로서 조기에 선진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비교적 등한시해오던 신흥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열세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신흥 저가시장은 싸고 단순한 기능의 제품만 만들어 팔면 성공할 수 있는 간단한 시장이 아니다. 이 시장에서는 선진시장 못지않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 안정적인 판매망 확보와 함께 원가경쟁력을 갖춰야 매출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내부 효율성 측면에서의 끊임없는 혁신활동, 낭비요인의 제거, 공통부품의 확대적용 등을 통해 신흥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가적으로도 국내 통신산업의 선도적 지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민간·정부 차원의 공동 노력을 포함해 원천 기술 대응, 해외에서 수입하는 부품의 국산화, 중소 부품업체의 획기적 육성 등을 통해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휴대폰 산업은 첨단 기술의 컨버전스라는 시대의 흐름에 한발 앞서 대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으며, 향후에도 앞선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출시 3개월 만에 전 세계 시장에서 300만대 이상 팔린 초콜릿폰과 같은 글로벌 히트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 상승과 수익성 개선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 규모가 갈수록 커가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충하고 이른 시일 내 규모의 경제를 달성, 추가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휴대폰 기업들은 최근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기회로 전환시킬 의지와 역량이 있다. 한국 휴대폰은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고 대한민국은 휴대폰 강국으로 멋지게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mhpark@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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