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바다이야기와 밥그릇 싸움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이 범람하게 된 것은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단정지었다. 국무총리와 여당 의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이제 남은 의혹은 권력형 비리가 과연 개입됐는지다. 국민의 시선은 이제 검찰의 수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정책 실패로 결론나든 비리 연루로 확대되든 정부·청와대·국회 등 소위 정책 담당자들은 이제 게임의 ‘게’자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것 같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게임이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화부는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대책단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게임산업의 싹마저 잘라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책단의 활동이 게임 근절로까지 비약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야기시킨 정책 실패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실패의 원인을 밝혀내야 올바른 대책이 나오는 법이다. 원인을 제쳐놓은 채 증상만 없애는 대증요법은 또다른 정책 실패를 낳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로는 세 가지 정도로 귀착되는 듯하다. 사행성 여부에 대한 자의적인 잣대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바다이야기류가 사행성이 짙다는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굳이 게임으로 분류했다는 정황이 제시되고 있다. 쉽사리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한 것은 사행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는 점도 명백해 보인다. 불법 게임기 단속 소홀은 사행성 게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부채질을 한 셈이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정리해보면 너무 단순명쾌해 의아할 지경이다. 정책으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이 정도의 문제도 미리 예상치 못했을까 싶을 정도다.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책 실패의 원인(原因)보다 원인(遠因)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지라도 전문가들이 단순한 문제조차 눈치채지 못하도록 만든 무엇인지가 있지 않을까해서다. 지난 수년간 부처 간에 발생한 관할권 다툼,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 바로 그 원인(遠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은 DJ정부 시절부터 극성을 부렸다. 기술의 융·복합화가 산업 간 융·복합화로 진전되던 때다. 당시 전자정부와 IT산업 정책 관할권을 놓고 벌어진 관련 부처 간 알력으로 한때 정책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조정을 지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전문가 뺨치는 해박한 IT지식을 갖춘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으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은 한때 주춤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양상은 더욱 확산되고 말았다. 주로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행정자치부 간에 벌어지던 제한된 기술적·산업적 영역 싸움이 문화라는 사회적인 영역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바로 문화부가 서 있었다. 문화부는 문제의 아케이드 게임을 놓고 산자부와,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를 놓고 정통부와 각각 일전을 치러야 했다. 통·방 융합을 놓고는 방송위·정통부와 치열한 세대결을 펼치고 있다.

 도처에 적을 둔 싸움닭 신세의 문화부로서는 건전한 문화산업 육성보다는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가 더 절박할 수 있었고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욕심이 앞서면 쉽게 감언이설에 넘어가 코앞의 문제도 지나쳐버릴 수 있다. 비리의 유혹에도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처 간 밥그릇 싸움 근절책도 절실한 때다.

유성호 논설위원@전자신문, sh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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