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KBS·MBC 등 방송사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조직의 개편은 산업계의 ‘게임의 룰’과 ‘심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통신과 방송을 하나의 테두리에서 규제·진흥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모두 동의하는 일을 하는데 왜 이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다.
푸념에 대한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도, 방송위 관계자도 통·방 융합시대에 걸맞은 규제기관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개인임과 동시에 생활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구 개편’에 선뜻 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탓할 수만은 없다.
정통부와 방송위 관계자들은 요즘 부쩍 “혹여 우리가 불이익을 받더라도…”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방통융합추진위에 ‘불편하지만 그래도 옳은 길이라면 지지’를 보내는 셈이다. 정작 구조 개편의 걸림돌은 구조 개편 대상자가 아니라 주변 정치 세력 구도라는 지적을 새겨들을 때다.
29일 한 일간신문은 5개 부처가 지난달 완성한 대외비 문서인 ‘방송통신융합의제(안)’을 입수,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 문건은 이달 초 본지가 입수해 지난 2일자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를 새 문건처럼 기사화하면서 100쪽 가까운 문건 내용 중 골자인 △방송통신기구 개편 방안 △정책 및 규제체계 정비 △방송통신 법제 정비 등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TV수신료와 브라운관TV 가격 인상 등을 지적해 방통융합추진위와 정부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방안을 찾는 듯한 인상을 줬다. 청와대 측은 “의도적으로 내용을 왜곡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신과 방송, 나아가 통·방 융합산업을 육성하는 데 최소한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는 말자고 시작된 논의다. 참여정부가 정권 후반부에 정부 조직을 개편하려니 힘에 부칠 것이라는 한계론이 기세 등등하다. 여기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생기면 사실상 구조 개편은 물건너간다. 그러나 이번 구조 개편만은 부디 예외로 두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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