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인터넷의 대명사 김형곤(40) 투비소프트 사장은 쉼 없는 삶을 산다.
지난 2000년 창업 이래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올해도 아직까지 휴가 일정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활력이 넘친다. 요즘 소프트웨어(SW)업계에서 투비소프트 만큼 잘 나가는 회사도 드물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 인텔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회사를 바라보는 눈들이 달라졌습니다. 덩달아 회사 일도 많아졌고요. 요즘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입니다. 모두 회사를 끔찍이도 아끼는 임직원들 덕분입니다.”
투비소프트는 X인터넷의 최강 기업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명성이 높다. 지난해 일본의 한 투자업체가 투비소프트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텔이 러브콜을 보냈다. 국내 SW업체 중 일본과 미국에서 동시에 투자받은 기업은 투비소프트가 유일하다.
사실 김 사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X인터넷에 관한 한 그를 따라올 사람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에서 그를 만나자는 이들이 많다. 그의 논리정연한 말을 듣다 보면 왜 이방인들이 그를 한걸음에 찾아오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창업 초기 회사 사정이 너무 안 좋아 사업을 접을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연봉을 깎아가며 ‘끝까지 가보자’고 하더군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시 힘을 내 투비소프트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투비소프트는 올해 매출 100억원을 바라본다. SW업계 매출 100억원 기업은 제조업으로 치면 매출 1000억원쯤되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순수 SW업체 매출 100억원을 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잘나가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해 밀려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해외 판매 루트도 확대하고 국내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수익도 내지 못해 쩔쩔매는 상당수 SW업체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 아니냐고 물었더니 “정말 힘듭니다. 기업은 신뢰가 생명인데 개발자가 없으면 고객과 약속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SW 강국으로 갈려면 우수한 개발자를 길러내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뭍어났다. “세계 시장을 향해서 가야죠. 마이크로소프트(MS)를 능가하는 SW기업으로 회사를 키울겁니다. 고양이와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김 사장의 표현대로면 경쟁업체는 고양이고 투비소프트는 사자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