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윈텔제국`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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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아성의 윈텔 제국이 붕괴됐다.

 지난 20년간 PC시장을 주도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델 컴퓨터의 상호 의존성으로 대표되던 동맹이 와해됐고 그 결과 PC에 크게 기대던 이들 3사의 사업 다양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사는 그동안 SW와 CPU·PC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 거인은 큰 폭의 수익 감소와 주가 하락, 또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허둥대는 모습이 뚜렷하다.

 쇠락 조짐은 지난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기간 분기 순익을 보면 MS는 작년 동기 대비 24%, 인텔은 무려 57%나 감소했다. 델도 이번주 발표할 2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예상에 못미치는 21∼23센트로 낮추며 5년내 최저 주가를 기록했다. 반면에 이들의 경쟁사인 레드햇과 IBM·애플·TI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누리며 잘 나가고 있다.

 ◇윈텔의 성장과 몰락=IBM PC가 세상에 등장한 지 25년째. 85년 11월 20일 MS가 윈도를 출시하면서 IT시장은 PC와 이의 운용체계(OS)인 윈도를 중심으로 한 지배 구도에 변화가 없었다. 표준 선점·대량 생산에 기반을 둔 MS 윈도와 인텔 CPU는 정보화의 표준으로서 시장을 장악했다.

 90년대 초반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마이크 콰티네즈는 이들의 동맹을 ‘윈텔(MS 윈도+인텔)’로 정의했고, 세계 최대의 PC 제조사 델은 초지일관 윈텔 기반의 최저가 PC 전략으로 PC를 근간으로 한 윈텔제국을 든든하게 떠받쳤다.

 그러나 IT의 발전은 영원할 것 같던 윈텔제국에 균열을 가져왔다. 세계 PC시장의 포화 상태는 차별화된 이윤 창출을 어렵게 해 많은 PC 회사가 가격 절감 차원에서 윈도 대신 리눅스를, 인텔 대신 AMD 칩을 채택했다.

 스마트폰 같은 휴대형 정보기기의 급부상은 윈텔 기반의 OS나 칩 의존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저가형 블레이드 서버의 급속한 확산 추세는 더 낮은 가격대의 리눅스와 AMD 칩 보급 확산과 함께 윈텔제국의 결합을 약화시켰다.

 ◇윈텔연합군 독자노선 모색=더는 윈텔동맹으로 살기 어려워진 인텔과 MS·델은 동맹을 깨는 독자 노선을 채택하면서 윈텔제국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AMD의 시장 잠식 속에 위기감에 빠진 인텔은 PC에서 탈피, 와이맥스 칩과 다양한 정보기기용 칩의 적용에 나서는 등 변화에 나섰다. 매킨토시용 칩 제공도 마다하지 않는다.

 MS도 더는 PC용 OS에만 매달리지 않고 트렌드 쫓기에 나섰다.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을 위해 인텔의 라이벌인 IBM 칩을 내장한 X박스360 게임기로 재미를 보았지만 X박스 라이브 서비스 등으로 스스로 윈도 OS시장을 잠식시키면서 손해를 자초하고 있기도 하다.

 델 역시 인텔과 오랜 독점 관계를 청산하고 AMD 칩을 PC·서버 제품에 채택하며 윈텔동맹의 끈을 놓아버렸다. 윈텔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브랜드의 디지털TV·MP3플레이어를 판매하면서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윈텔 와해는 필연적?=션 멀로니 인텔 부사장은 “MS 역시 AMD와 일하고 있다. 산업계는 수년간 이동해 왔고 항상 그럴 것이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 간 경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윈텔제국의 종말은 적합지 못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콰티네즈는 “윈텔이 장악했던 PC시장은 너무 평범해졌고 우리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들 기업이 돈을 아끼지 말고 좋은 회사를 사야 한다”는 말로 와해된 윈텔 진영의 미래가 신사업 발굴에 있음을 시사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