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는 1946년 2월 15일 펜실베이니아대에 등장한 에니악(ENIAC)이었다. 미 육군이 미사일 탄도 계산을 위해 사용한 이 컴퓨터는 괴물이었다. 1만7468개의 진공관이 사용됐으며 27톤의 무게에 2.4m 높이, 두께 0.9m의 제품이 30m 크기로 한방 가득찼다. 당연히 연구소·기업용이었다. 한 번 가동하는 데 150㎾의 전력을 소비해 컴퓨터 가동 시 전 필라델피아시의 전력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연산능력은 10자릿수의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을 초당 5000회가량 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35년 만인 81년 8월 12일 IBM의 PC 5150이 등장, 개인이 컴퓨터를 소유하는 이른바 PC(Personal Computer) 시대를 열었다. 모던 타임스에서 인용한 IBM의 PC 광고카피는 ‘현대의 도구(A tool for modern times)’였다.
물론 이보다 앞선 PC는 많다. 제록스 팰러 앨토 연구소(PARC)에서 개발한 ‘앨토’는 모니터와 GUI를 갖춘 PC였다. 75년 파퓰러일렉트로닉스 잡지를 통해 팔린 MITS사의 알테어 컴퓨터는 PC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6년 애플사의 애플 I이, 77년 애플 II가 각각 등장해 1호 PC 논쟁의 맨 앞줄에 서 있다.
80년대 초기에는 ‘IBM컴패터블(Compatible)’이라고 해야 알았지만 이제는 그냥 ‘PC’와 애플의 ‘맥’ 두 종류만 존재한다. IBM PC 이후 컴팩을 시작으로 우후죽순으로 PC회사들이 생겨났다. 매킨토시는 전체 PC 시장 점유율 4%에 불과하지만 마니아층의 맥에 대한 존경은 종교 수준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돈 에스트리지 지휘하에 등장한 IBM 5150을 본격 PC 시대 개막의 기점으로 보는 데 이론이 없다.
IBM은 IBM컴패터블 PC가 만들어진 지 24년째인 지난해 PC사업부를 중국의 레노버에 넘기며 영광스러운 IBM PC 시대의 한 장을 덮는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는 8일부로 애플컴퓨터 전 기종에 사용하는 칩을 기존 IBM 칩 대신 인텔 칩으로 완전히 전환해 AIM(애플-IBM-모토로라) 연합도 이제 과거의 단어가 됐다. 애플의 인텔 칩 채택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AMD에 PC와 서버 칩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IBM컴퓨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5년 만의 풍경이다. 국제기획부·이재구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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