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미FTA 논란속에 잊은 것

 새롭고도 중요한 일을 도모할 때 불안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불확실한 결과는 현실을 걱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학·취직·결혼·투자 등 인생살이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결과는 가변적이다.

 분명한 사실은 선택에 신중해야 하며 선택 이후에는 최대한 분발해야 좋은 결과가 따른다는 점이다. 이는 선택으로 인한 기회비용 대가가 클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선택도 좋은 결과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국내의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한·미 FTA의 결과와 타결 이후의 영향을 장담할 수 없기에 불안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논란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론 찾기보다는 아직 선택의 적절성 검증에 집중돼 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시장자유화의 대표적 다자협상포럼인 DDA 협상에 큰 무리 없이 참여해 온 것을 보면 이제 와서 갑작스레 국내 여론이 시장자유화나 대안적 양자협상포럼인 FTA 협상 자체에 반대로 돌아섰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DDA 협상 실패와 다자협상포럼의 동면에 따라 당분간 우리의 통상 현안 타개를 위한 FTA의 대안적 중요성은 오히려 강화된 느낌이다.

 ‘왜 미국일까’라는 공감대가 문제인데, 찬반 모두 우리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그나마 안도가 된다.

 경계해야 할 대목은 미국과의 FTA 체결과 그 이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직결시키는 견해가 가지는 논리적 함정이다. 한·미 FTA가 우리 미래의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한·미 FTA와 경제양극화의 심화 또는 경제위기 간에 등식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문제다. 이 모든 주장은 엄밀히 말해 가설일 뿐이지 객관적 진실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가설의 검증은 일련의 가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정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분히 주관적이며 선별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리한 진실 게임의 와중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때다. 국익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관건이지, 진실게임 자체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 실익을 얻어내면 될 일이고, 우리 제도의 불합리성을 보완해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우리 경제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면, 나눔의 문제를 고민하며 큰 파이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커질 파이가 모두 우리 몫이 아니라면, 남의 파이에서 더 큰 우리 몫을 쟁취하려 노력하는 것이 정답이다.

 한·미 FTA가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굳이 협상에 나설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 더는 우리나라 경제의 블루오션이 아니라면, 굳이 FTA 상대로 미국을 택할 필요도 없을 터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 미국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며, 글로벌 스탠더드의 제조창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미국과의 FTA가 부정적이라는 사례가 존재하지만 이론적·실증적으로 시장자유화가 긍정적 경제효과를 갖는다는 평가는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통신분야의 경우 유치단계였던 8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선진화에 도움이 된 사례로 평가된다. 개방 압력을 점진적·선별적으로 수용하면서 제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지금은 국제적 벤치마크의 대상이 됐다.

 통신분야의 사례가 한·미 FTA 협상에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힘의 논리에 따라 전면개방이나 경제자율권 포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나라의 재량 사항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시장자유화 방법론에 대한 첨예한 정책대결이 예상되므로 지금은 우리 협상단에 최대한의 신뢰와 힘을 실어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lee10@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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