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FTA시대의 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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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미치는 파장이 거세다. 한·미 양국 간 무역 자유화에 따른 수출증가 등 시장확대 기대심리 한편으로 국내시장 존립이 위태로운 산업분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제약 및 바이오산업은 FTA에 따른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의약품 가격 관련 제도 개정 압박과 특허권 강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존폐까지 거론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제약사가 특허기간이 만료된 외국의 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한 ‘제네릭’ 의약품 부문에서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리지널 신약의 80%까지 약가를 보장하는 한국 정책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결국 이번 FTA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시장 축소가 예상되며 각 제약사의 매출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미국 측이 의약품 특허권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여 제네릭 허가 과정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제약사는 과연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이제 국내 제약사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바이오 신약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자금조달 문제다. 담보능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로서는 금융권에서의 차입은 엄두를 낼 수가 없고 대부분 벤처캐피털이나 지인들로 구성된 에인절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벤처가 연구개발(R&D)부터 사업화나 주식시장 상장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적으로 바이오벤처에 투자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과 우리의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기술은 있으나 신약 R&D 자금이 없어 개발을 포기하는 바이오벤처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력이 풍부한 제약사와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벤처의 아름다운 동맹관계다. 둘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바이오벤처는 상용화 완료 이전에 라이선스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제약사는 연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제 바이오산업과 제약산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00조원에서 오는 2010년 약 1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산업 가운데 80% 이상이 제약산업이라는 전망은 결국 이들 두 산업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계사업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한 우물을 파는 국내 제약사의 사업모델로는 급변하는 제약 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R&D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와 협력해 고부가가치 신약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물론 몇몇 제약사는 이미 산·학·연을 비롯한 바이오벤처와 공조 체계를 갖추고 FTA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바이오업체는 3상실험의 문턱에까지 와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R&D 역량강화를 통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신약개발 정책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FTA에 따른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겠지만 바이오벤처와 제약사의 동행이 이루어진다면 최근의 상황을 위기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 자금력을 가진 제약사가 조화롭게 협력한다면 글로벌 기업의 탄생도 불가능하지 않다. FTA 협상으로 감도는 위기감을 새로운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승호 대원제약 대표 shbaek@daewon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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