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코리아 `앙상블`

Photo Image

융·복합화 시대다. 정보기기와 정보통신(IT) 서비스도 융·복합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IT산업의 흥망성쇠가 다 융·복합화로 귀결된다. 그것을 선도하는 나라와 기업은 융성하고, 뒤처지는 집단은 쇠퇴한다는 가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융·복합화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이용자의 욕구를 ‘더 많이 더 빨리’ 해소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IT 수준은 ‘뛰는 국가형(sprinter)’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날 수 있는 상황(roller-blader)’은 못 되지만 ‘걷는 단계(strider)’는 이미 벗어났다.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국가정보화지수(3위)가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정량적인 지수만으로 우리의 IT 수준을 평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IT의 미래는 복잡계(複雜係)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그것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정부와 업계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 느슨해지면 국내 IT산업이 속도를 내는 데 무리가 따른다. 인프라와 기기 그리고 서비스가 삼정(三鼎)을 형성할 때 비로소 융·복합화의 최전선이 구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DMB의 경우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위성과 지상파의 양분으로 이용 면에서는 미완의 상태다. 세계 첫 표준화에 성공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은 개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모양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상징하는 IPTV는 아직 신호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좋은 ‘앙상블’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고 ‘네탓’ 타령으로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로 무대를 넓히기에 손색이 없는 첨단작품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안방에서는 관객 동원에 실패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안타깝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것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방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했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테스트베드에서 확실한 보증을 받아야 비로소 수출에도 힘이 실리는 법이다. 우리에게는 현재 시험단계에 있거나 본격 서비스를 준비중인 융·복합 상품이 많다. 단말기 기술 면에서나 서비스의 질로 봐도 그 어느것 하나 세계 수준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오히려 세계 시장을 리드할 만한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끼리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다시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하나로 통합되는 4세대(G) 이동통신에서 또 한번의 대전회(大轉回)가 이루어지리라는 예상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자국 이익을 위해 업계와 손잡고 주도권 장악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에겐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모자라는 듯하다. 배타적·폐쇄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개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고립무원의 길로 가서도 안 된다. 진정한 경쟁력은 정부와 업계가 ‘앙상블’을 이루어 세계화 벽을 뚫어 내는 데 있다.

 서비스와 기기는 배로 치면 닻과 돛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닻을 올리지 않으면 돛을 펼쳐 봐야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돛을 달아 봐도 닻이 깊이 박혀 있으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닻을 올리고 업계는 돛을 펼쳐야 한다. IT산업의 새 돛을 올리기 위해서는 ‘거미줄을 모으면 사자도 묶을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에 귀 기울여 합심으로 진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업계를 아우르며 세계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의 조율에 기대를 걸어 보자.

박현태 편집인@전자신문, htpark@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