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번 요동치면서 남북관계가 불안한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했다.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2006년 4월 21∼24일)에서 남북은 열차 시험 운행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합의하는 한편 민족 공동 자원 개발 문제 등 지역과 업종, 규모에서 투자와 협력을 적극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 새로운 추진동력이 생기는 듯했다.
게다가 지난 5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에 조건 없는 양보 및 제도적·물질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핵 문제와 6자 회담이 교착 상태인만큼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색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려는 의미로 해석됐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5월 16∼18일 제4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개최됐다. 하지만 이 회담은 남북의 의견 차이로 결렬되고 말았다. 남북이 주도해 한반도 상황을 변화시키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다시 북미관계로 눈을 돌리면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열차 시험 운행과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로 이어졌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의 결렬과 열차 시험 운행의 연기 등으로 남북관계가 불확실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남북은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6월 3∼6일)를 열고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합의서’를 채택하는 등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남북경협의 지속적인 추진에 대한 상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하다. 미사일 사태가 큰 파고로 밀어닥친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긴장이 크게 고조됐으나 지금은 일단 큰 고비를 넘기고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러한 긴장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의도는 북미 양자 협상에 있는 듯싶다. 현재 핵 문제와 6자 회담은 교착 상태인데, 현상적으로 보아 이는 북한의 위폐 및 마약 문제와 그에 따른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계속 미국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방침은 확고하다. 북한과의 양자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은 북미 양자 대화를 위한 새로운 협상 수단으로 미사일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대포동 1호를 발사한 1998년과 유사한 수법이다. 최근 미국의 공화당 내부에서도 촉구하고 있듯, 가장 올바른 방법은 역시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일 것이다. 문제는 북미 직접 대화의 형식과 방법이다.
북한은 북미 직접 대화 후 6자 회담 복귀를 내세우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후 그 틀 안에서의 북미 양자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방침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이 근 1년 만에 6자 회담에 복귀한 과정을 살펴보면, 북한의 2·10 핵 보유 선언으로 긴장이 크게 고조됐으나 5월 이후 남북관계에 새로운 진전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북미 간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7월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간에 베이징 접촉이 있은 다음 9월에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 트랙(track)은 지금도 유효한 듯하다. 우리 정부의 더욱 사려 깊은 외교와 대북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tslee@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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