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KTF 대표
가끔 TV에서 과거 70·80년대 광고나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향수를 자극하곤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볼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데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본 휴대폰이다.
세계 최초의 이 휴대전화는 1983년에 만들어졌는데 무게가 무려 1.3㎏ 이상이어서 손에 들고다니기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지금의 휴대폰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넘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명함 크기만 한 작고 얇은 휴대폰에 카메라·캠코더·MP3플레이어는 기본이고 내비게이션에 뱅킹·DMB와 같은 이동형 방송도 휴대폰 속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휴대폰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우리의 이동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이동통신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라 불리는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서비스가 얼마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84년 아날로그(AMPS) 방식의 차량 이동 전화가 나온 이후 97년 PCS 등장과 함께 시장 경쟁을 통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CDMA 성공신화를 탄생시켰다. 이제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표준이 될 새로운 통신혁명, 3.5세대 HSDPA 서비스로 우리의 이동통신 산업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기회가 펼쳐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기술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지만 세계 주류에서 벗어나 기술적 고립성과 규모의 경제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다.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북미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이 유럽표준이동전화방식(GSM)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WCDMA(HSDPA는 이를 더욱 진화시킨 기술) 서비스가 확장 일로에 있다.
얼마 전 GSM 계열 이용자가 20억명을 돌파해 세계 시장의 80%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된다고 하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DMA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쉽고 편리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해외에 나갈 때면 단말기를 바꾸거나 유선 국제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 불편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번거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HSDPA 서비스가 상용화됨에 따라 국내외 관계없이 음성뿐 아니라 영상통화, 글로벌 로밍, 고속 무선인터넷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6월 한 달, ‘하나 되는 한국’을 느끼게 해준 ‘2006 독일 월드컵’이 이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각 방송사는 독일 현장의 열기를 더욱 생생히 전하고자 휴대폰으로 독일 현지에 있는 선수나 붉은악마 응원단과 이원방송을 시도하곤 했는데, 통신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방송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나는 한·일 간 로밍 영상전화를 세계 최초로 시연한 경험이 있고, 얼마 전 독일 사업자와 HSDPA를 활용한 영상 로밍 서비스 시연에도 성공했다. 조금만 더 일찍 HSDPA를 상용화해 독일 및 유럽 현지와 글로벌 영상 통화를 제공했더라면 방송에서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도 더 빠르고 생동감 있는 현장의 감동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고객뿐 아니라 우리 산업에도 HSDPA 서비스가 촉매제가 돼 IT와 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으면 한다. 앞으로 본격 전개될 HSDPA 서비스를 기반으로 단말기·네트워크·인터넷장비 등 관련 산업의 해외진출은 물론이고 콘텐츠·플랫폼 등의 연관산업 간에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향후 4세대로 이어지는 글로벌 이동통신을 주도할 튼튼한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CDMA 성장 신화에 이어 HSDPA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행복해지고, 산업에도 신바람을 불어 넣는 HSDPA 서비스가 ‘IT 코리아’의 새로운 성장의 날개가 되길 기대해 본다.
yccho@kt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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