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제품도 동급 최강입니다.”
대부분 IT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시 바이어에게 가장 먼저 내세우는 말이다. 기술이 첨단이고 제품도 좋으니 사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바이어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냉정하다.
“당신 것과 같은 제품은 중국에도 있소. 일본 것은 더 좋습니다.”
한 해에 열리는 100회 이상의 전시회에 한국 중소기업은 이른바 ‘한국관(코리아 파빌리온)’을 꾸려 나간다. 중소기업 자체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시쳇말로 ‘먹어주는’ 한국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중소기업은 닭장 같은 한국관에 제품을 전시해 놓고 조악한 영어로 꾸민 팸플릿을 나눠주기 일쑤다. 또 이들 기업은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하는 전략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누구를 만날 것이냐, 현지 바이어 접촉은 했는가”는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국제 세일즈의 기본인 영어가 잘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영어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보다 마케팅과 유통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기술이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다. 기술 경쟁을 넘어섰다 하더라도 현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마케팅 통로를 뚫는 것이 중요하다. 판매하려는 나라에서 가장 수요가 많을 때는 언제인지, 유통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지, 현지 대형 쇼핑매장에 물건을 납품하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 중소기업은 현지 정보나 마케팅 및 유통 채널을 브로커나 교민에게 믿고 맡기는 사례가 많다. 당연히 사기사건도 많다. 심지어 판매하려는 국가의 종교·문화·인종도 모르고 접근하기도 한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인력 부족’을 탓한다. 유능한 인재가 중소기업에 오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재들은 중소기업을 외면한다기보다는 준비하지 않은 기업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수출을 준비하는 중소·벤처기업은 자신의 상황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준비는 돼 있나요?”싱가포르=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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