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통사·극장협회의 줄다리기 관전법

 다음달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이동통신사 멤버십 제휴에 따른 할인을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된다. 서울시극장협회가 기존 1500∼2000원의 멤버십 제휴 할인금액을 이통사 재량에 따라 정하고 할인금액도 100% 부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달 초 이통사에 보내면서 극장협회와 이통사 간 재계약이 결렬, 파국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별안간 영화 관람료가 대폭 인상된 느낌이 갖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분담금 요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온 이통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멤버십 제휴할인 금액을 100% 부담했던 지난 99년과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주장이다. 99년 당시만 해도 멤버십 회원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었지만 현재 이통사 제휴 할인을 받는 고객이 이통 3사 전체 약 1800만명으로 늘어났고 연간 제휴 할인 부담액만도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

 극장협회도 할 말은 있다. 겉으로는 제휴 할인 때문에 일명 ‘무료 영화’라는 용어가 등장해 우리 영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통사와 제휴를 하지 못한 개별극장과 지방극장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해 극장 시장질서가 무너졌으며, 관객이 극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휴 할인 멤버십 카드가 극장을 정하는 모순을 낳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재계약 협상을 CJ CGV·메가박스 등 이미 이통사와 제휴한 대형 복합상영관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장 시장질서나 개별극장 쇠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스크린 수를 늘리기 위해 과도한 투자 경쟁을 지속해 온 대형 업체들의 극장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는 일부 시각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극장수익이 영화시장의 90%를 차지할 만큼 우리 영화 산업의 빈약한 토대를 방증하고 있다.

 이통사 제휴할인 때문에 형성된 ‘극장 소비자 가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가격 저항에 따른 관객 감소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소비자 의견과 국내 영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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