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 민심의 향배가 이런 명암을 만들었다. 5·31 지방선거 결과다. 승자는 환호했다. 패자는 아리는 가슴을 달랬다. 엇갈리는 희비를 뒤로한 채 지방선거는 이렇게 끝났다. 미련을 둘 일이 아니다. 뒤돌아본들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이번에 뽑힌 지역 일꾼은 모두 3867명이다. 이들에게 나가는 연간 월급만 1400억원가량이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엄청난 금액이다. 제대로 일하라며 국민이 주는 월급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부터 냉정하게 찬찬히 현안을 짚어볼 때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당선자가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이다. 하는 일이 다르니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 발전이라는 종착점은 같다.
당선자들은 바로 긴장해야 한다. 당선 사례니 뭐니 하며 웃음꽃 피우고 어깨에 힘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겸손하게 민심을 읽어야 한다. 당선은 종착점이 아니다. 새 고지를 향한 출발점이다. 우선 자신의 공약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당선자들이 내건 공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IT 분야 공약도 상당하다. 전자신문 매니페스토 기획평가단에 따르면 당선자들의 IT 및 먹을거리 창출 공약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구체적이고 풍성했다. 디지털 시대에 IT 없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 다만 재원 조달 방법이나 추진 시기는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의 취업난을 겨냥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난제다. 당선자들이 기업 CEO가 아닌 까닭이다. 옛 속담에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낫다”고 했다. 당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어떻게 사업비를 확보해 일자리를 만들지도 숙제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정치는 죄 많은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제2기 지자체장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죄의 심판대에 올랐다.
누구나 일한 만큼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의 사례를 보자. 손학규 지사는 최근 파주에 대단위 LCD단지를 유치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단위 LCD단지 유치는 지역주민에게 큰 기쁨이다. 위민행정의 결실이다. 신뢰가 신뢰를 낳는다. 지역 일꾼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주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수백 명의 입발림하는 사람보다 한 명의 실천자가 소중한 것이다.
당선자들은 공약의 우선 순위를 정해 하나씩 착실히 실천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따라 전통산업을 신산업으로 혁신시키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지식정보화 시대, IT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이미 공약한 IT·BT·NT·CT 등 신산업 육성과 클러스터 활성화는 경제 회생의 핵심이다. IT 공약을 실천하면 삶의 질이 변할 것이다. 선거 때는 사이버 전략을 펴면서 전통산업에 IT를 접목하는 일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을 선거에 도입한 것은 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일이다. 이것은 디지털 정치의 기본이다. 지역에서 IT 참일꾼이 많이 나와야 주민과 양뱡향 소통이 가능해지고, 투명하고 깨끗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비리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IT 참일꾼이 많이 나와야 할 이유다.
유권자들의 자세 변화도 필요하다. 지역 일꾼을 뽑아 놓고 월급까지 주면서 내버려 둔다면 직무유기다. 당선자가 공약은 제대로 실천하는지, 샛길로 가지 않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한다. 각자가 인생무대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지역 발전과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다. 이는 역사의 냉엄한 교훈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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