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업무상 고객 회사의 어려움, 경쟁력 등에 대해 들을 기회가 많다.
고객과 면담을 하는 중 문뜩 ‘우리 회사의 경쟁력과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고민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지속적인 경쟁 우위의 원천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 후 몇 달째 같은 고민에 빠져 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정답이 없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민 끝에 몇 가지 찾은 것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따로 고민해야겠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한 회사 역할 중 첫 번째는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가 고객에게 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는 CMS라는 제품을 개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개발 시 우리는 고객에게 완결된 패키지 구조와 편리한 사용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기준은 한두 사람이 회사를 옮겨도 회사의 내재 가치가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부문별로 핵심적인 사람은 분명 있다. 연구·개발(R&D) 책임자, 자금 담당 임원, 영업 총괄 직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회사를 나갔다고 해서 회사의 본질이 변하거나 영업력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 결국 시스템 문제다.
그러나 실제 중소 IT기업에서 사람에 대한 의존성을 없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람이 회사를 옮겨도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끔 회사를 조직한다는 것은 중소 IT기업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만은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 IT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진대제 사장이 삼성전자를 떠나도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중소 IT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는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안, 예외사항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방안 등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에 있다. 즉 중소 IT기업은 업무 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사장을 비롯한 몇몇의 개인 능력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지만 대기업은 평소에 다져진 업무 분담 프로세스와 협업으로 해결한다. 내가 없어도 나를 백업할 인원과 조직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 중소 IT기업을 살펴보면 IT서비스 인프라 등 다른 기업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는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정작 자기 기업의 IT화와 체계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 회사 역시 이러한 업무에 대한 지침이나 순서 없이 개인 능력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가 몇 년씩 진행돼 오면서 조직원 스트레스 역시 상당하다. 이 점에선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중소 IT기업도 이젠 변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기업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부 경쟁력 제고가 필수다. 다른 기업 업무의 IT화만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 한 직원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지 않은지 또 어떤 인원이 빠졌을 때 남은 사람이 그 업무를 담당할 만한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중소 IT기업은 내부 업무를 정확하게 정의·정리해야 하고 IT화를 통해 매뉴얼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IT화는 ERP나 EDMS 등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의 체계화와 전산화를 모두 포함한다. 단 두 명으로 구성된 조직일지라도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이제 국내 중소 IT기업도 깨달아야 한다. 마음 맞는 몇 사람이 외진 골방이나 창고에서 시작해 지금의 성공을 이뤄냈다는 신화만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기는 더는 힘들다. 결국, 국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창업 초기 품었던 MS·오라클 등 세계 IT기업과의 경쟁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시스템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필요하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 사장, i@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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