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정부포럼이 해야 할 일

 지난달 말 내로라 하는 학계와 업무 전문가가 모여 발족한 한국전자정부포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자정부 추진체계가 막 변화된 때인데다 그동안 구축해온 전자정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시기인만큼 한국전자정부포럼은 매우 적절한 때에 활동을 시작했다고 본다. 그런만큼 진정한 전자정부시대를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한국전자정부포럼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반영한 듯 한국전자정부포럼은 출범 일성으로 “우리 전자정부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차세대 전자정부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포럼 참여 인사가 이 분야의 쟁쟁한 전문가들인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파심에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전자정부 실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제 하드웨어적 발전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라는 점이다. 우리 전자정부의 현주소는 사실 대단하다. 원스톱·논스톱 민원행정서비스에서부터 정보 공개 및 국민참여를 통한 열린정부 구현, 인프라인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우리 전자정부는 국제적으로 세계 5위로 인정받고 있는데다 서울시 전자정부는 세계 주요 도시 중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다.

 우리 전자정부는 디지털형 지식정부의 척도랄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불안하다. 전자정부 추진 주체만 하더라도 초기 정보화추진위원회던 것이 참여정부 들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로 바뀌었으며 지금은 다시 정보화추진위원회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는 행정부처 간에 융합화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 추진주체가 모든 행정부를 총괄해 제대로 조정해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인만큼 더욱 강력한 전자정부 추진을 위해 대통령이 국가CIO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분권형 국무총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의체 수준인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조정 및 총괄 능력을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다음으로는 전자정부의 핵심 구성원들인 공무원과 정책기조의 문제다. 전자정부가 단순히 행정업무를 전산화, 자동화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는 점은 상식이다. 업무 전산화나 자동화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업무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우리 전자정부지만 과연 공무원들의 인식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내고 있는지, 정책기조가 산업화에서 정보화, 융합화 시대에 걸맞게 바뀌고 있는지를 냉정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동안 전자정부 추진주체가 여러 번 바뀐 것은 하드웨어적으로 성공한 데 반해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보화추진위원회는 초기에 각종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에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상대적으로 업무 혁신에서는 별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정부혁신을 국정과제로 삼은 참여정부가 전자정부 추진 주체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로 이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역시 만족할 만한 결실을 올리지 못했다. 정부 혁신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제인데다 전자정부와 관련한 전문성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자정부의 기능이 국민참여와 이를 통한 대민서비스의 향상이라고 하지만 대민서비스가 민원행정만은 결코 아니다. 기술 간, 산업 간, 국가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글로벌 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에는 산업화에 뿌리박힌 정부정책 기조의 전환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한국전자정부포럼이 할 일은 융합화시대에 걸맞도록 관계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업무를 혁신해 하루빨리 우리 전자정부를 21세기형 지식정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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