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서 제대로 된 ‘인생공부’를 하고 있지요.”
교보증권 기업금융Ⅱ그룹장을 맡고 있는 임홍재 상무(47)는 지난 10년간 중소·벤처 업계 경영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의 업무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망 벤처를 발굴해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실상 자신이 무형적으로 얻는 것이 더 많았다. 벤처 CEO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역정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고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곤 했다.
지난 87년 동원경제연구소에 입사한 뒤 96년 동원창업투자(현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벤처업계와 연을 맺은 임 상무는 99년부터는 교보증권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맡아 10년째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요즘도 하루 서너 업체를 직접 방문, 벤처 경영진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지난해 일부 스타 벤처의 분식회계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벤처업계 경영진의 도덕성과 투명성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많은 CEO가 단순히 회사를 키울 욕심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건강한 발전을 해나갈지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수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떠오른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나날이 떨어지는 환율을 바라보며 한숨 쉬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회사 경쟁력과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임 상무는 주문했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밑천 삼아 벤처기업에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지만 10년 전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투자를 결정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당시 한 반도체기업 투자 여부를 놓고 사흘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반도체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어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투자를 결정했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지요. 하지만 결과를 떠나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 자체가 제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 같은 초심을 떠올리며 임 상무는 벤처기업의 진정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교보증권이 ‘혁신형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파트너’라는 기치 아래 이노비즈IB센터를 설립하는 등 전사적으로 벤처업계 지원에 나섰기 때문에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교보증권은 중소기업연구원·이노비즈협회·한국바이오벤처협회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 혁신형 중소기업 발굴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 3만개 혁신형 중소기업 데이타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 중 300개사를 자체 발굴·육성한다는 목표다.
임 상무는 “담보 능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특성상 은행대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을 통한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들 기업에 자금조달 기회를 비롯해 경영컨설팅 및 구조조정 자문 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 탐방 시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