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박형규·김병원 한국후지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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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후지쯔 박형규 사업부문 대표(왼쪽)와 김병원 기술·관리 대표가 작년 첫 흑자 경영을 발판삼아 올해도 지속 성장을 위한 역량 집중을 다짐하며 손을 잡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4월 시작하는 새 회계 연도를 어느 해 보다 가뿐한 마음으로 맞았다. 지난 해 ‘A+’ 는 아니지만 ‘A’ 수준의 경영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매출 3351억원에, 순익 43억원 실현에 성공한 것. 그동안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는 첫 흑자라는 면에서 이번 경영 성과는 더욱 남달랐다. 이익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면에서 올해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낙관하고 있다.

 흑자 기업 ‘한국후지쯔’를 한꺼풀 들춰 보면 자연스럽게 두 명의 대표를 만날 수 있다. 박형규 대표(56)와 김병원 대표(53). 4월은 이들이 각자 대표를 맡은 지 공교롭게도 꼭 1년을 맞는 달이다. 한국후지쯔는 지난 해 이맘 때쯤 이사회를 통해 글로벌 컴퓨팅 업체로는 드물게 각자 대표 체제를 선언했다. 당시 2년 연속 적자를 내자 내부 승진을 통해 박형규·김병원 전무를 각각 사업 부문 대표와 기술·관리 부문 대표로 선임하고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대표가 두 명이라는 건 장·단점이 있습니다. 책임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 회사의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약점도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 1년은 각자 대표의 시험 무대였지만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서로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역할도 분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각자 대표로 지난 1년에 대해 김병원 대표는 “눈빛만 척 보면 서로 의중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두 대표는 후지쯔에서 25년 넘게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춰 왔다. 박형규 대표는 “불경기에 회사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사정에 훤한 인물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며 “사업과 기술·관리 부문을 나눠 회사의 능력을 높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각자의 ‘미션(임무)’도 분명했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는 다소 헷갈릴 지 모르지만 내부에서는 명확하다고 잘라 말했다. “쉽게 이야기해 박 대표는 ‘플레이어(선수)’ 입니다. 반면 저는 ‘서포터(지원자)’인 셈이죠. 이 원칙만 서로 지켜 지면 나머지 문제는 모두 소소한 사안입니다.”

 불과 1년이지만 두 대표는 입사 이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만큼 잊을 수 없는 일도 많았다.

 각자 대표 체제 후 구조조정을 통해 유휴 인력을 정리하고 유닉스와 인텔아키텍처(IA) 서버, 스토리지, 노트북PC, 웹 애플리케이션 등을 주력 제품으로 선정하고 영업력을 집중했다. 지난 해 말에는 후지쯔 아시아 법인 가운데 최대 규모의 솔루션 검증센터인 ‘플랫폼 솔루션 센터(PSC)’ 설립해 한국후지쯔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의미심장한’ 프로젝트도 잇따라 수주했다. 대표 사례가 현대기아자동차 제조 공정 시스템(MES).

 박 대표는 “후지쯔 본사가 구축한 도요타 자동차 사례와 한국후지쯔가 보유한 MES 구축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결과였다”며 “후지쯔가 자동차 MES 분야의 기술력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와 솔루션 뿐 아니라 노트북PC 사업에서도 후지쯔 브랜드가 ‘껑충’ 올라갔다. 저가 노트북이 범람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 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무려 매출과 판매가 80% 이상 신장했다.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상승해 몇 년 안에 ‘빅3’ 위치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본사에서도 한국후지쯔의 노트북 사업 성과를 인정해 각 국가 법인에 성공 사례로 소개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을 정도다.

 각자 대표 2년 차인 올해 역시 두 대표의 각오는 남다르다. 영업 이익을 더욱 확대해 내실을 다지고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KT·행정자치부·농협·국민은행·한국전력 등 대형 프로젝트에 적극 참가해 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 고객의 아웃소싱 수요를 발굴하고 서비스 계약의 장기화를 추진하는 등 IT 아웃소싱 사업의 활성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박형규 대표)

 “끊임 없이 변하는 고객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 부문을 재정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쪽을 고민 중입니다. 후지쯔 제품 군의 포토 폴리오, 표준화, 프레임 워크 정비 작업도 준비라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사원 교육을 강화해 조직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입니다.”(김병원 대표)

 이 외에 후지쯔는 일본 전자정부 ‘e재팬’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 정부 구현에 나서고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와 연계를 통해 ‘번들형 사업(솔루션+후지쯔 플랫폼)’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올해는 삼성전자·현대기아자동차·KT와 같은 산업 부문별 시장 주도 기업을 적극 발굴해 후지쯔의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높여 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한 번 후지쯔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말이 산업계의 보통 명사가 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화답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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