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게임계에 부는 司正의 칼 바람

 요즘 게임 업계가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한다. ‘문화상품권을 대량으로 위조해 유통하려 한 게임장 업주 등 일당 6명을 경찰이 적발’ ‘문화부 PC방 ‘바카라’ 도박 게임 운영 강력 단속’ ‘YNK코리아 온라인게임 ‘로한’이 사행성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

 최근 일주일 사이 기사의 제목들이다. 물론 과거에도 게임은 사회면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목이 달랐다. 주로 게임의 역작용에 대한 비판 기사였다. 최근 신문에 실린 제목으로만 보면 게임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오락 수준을 넘어 이제는 불법·탈법을 일삼는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셈이다.

 지금은 그 파장이 조금 작아졌지만 게임 명의도용은 게임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물론 리니지를 비롯한 일부 온라인 게임 명의가 도용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깊게 생각한다면 명의도용은 업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안 전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도용사태를 방조했다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경영진의 방조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게임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경쟁 업체의 한 CEO는 “처음 명의도용 문제가 터졌을 때 시장 1위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받을 타격과 상대적인 득실을 계산하면서 느긋하게 진척상황을 즐긴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진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의도용 사태를 비롯해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검찰과 경찰이 게임 업계를 상대로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듯하다. 무슨 일이 터지면 업계 내부의 자율적인 장치가 작동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선 수사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게임 관련 정부기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게임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검·경의 수사 바람은 사실 지난해 말 국무총리실이 ‘3대 폭력’ 근절 계획을 발표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게임=사행성’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검·경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문제가 된 YNK코리아의 온라인 게임 ‘로한’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게임 업계를 다시 한번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YNK코리아가 서비스중인 ‘로한’이 게임 내에 개설한 바카라에 ‘게임물 등급 심의 당시에는 없었고 사행성 조장 가능성도 높다’며 최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YNK코리아는 문제가 된 게임은 바카라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YNK코리아 측은 “로한이라는 전체 게임의 균형을 맞추는 하나의 도구로 카드게임을 사용한 것뿐인데, 바카라라고 낙인찍고 나선 것은 유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로한 서비스의 불법성은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템 거래와 패치 심의 같은 온라인 게임 업계의 해묵은 난제(?)가 들춰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업계의 자율성을 내세워 그동안 유예했던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르게 된다면 명의도용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문제를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문제를 들춰내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했다. YNK코리아는 적법 여부를 떠나 로한에서 문제가 되는 ‘바카라’를 내리는 것이 좀더 현명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디지털문화부 이창희 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