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꼴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보조금 분담 문제는 두 업체 간에 풀어야 할 숙제일 뿐 소비자들과는 무관한 일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어느 회사 어느 제품이든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직접 판매하는 휴대폰에 대해 SK텔레콤이 보조금은 물론이고 할부 대상에서도 제외해 버린 것은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 유통의 기득권을 잡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힘겨루기로 인해 일선 매장에서는 혼란이 이만저만 아니다. 보조금을 받아 벼르고 별러 온 제품을 싸게 구입하려다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두 회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보조금 허용으로 통신사업자들끼리 과열된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이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지리라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가입자 유치 경쟁은 그래도 당장은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다. 양성적이든 음성적이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이 돌아간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보조금 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고, 급기야 소비자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제품은 전체 판매물량의 30%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로부터 납품받아 직접 판매하는 70%의 제품에는 당연히 보조금과 할부혜택이 주어진다. 보조금은 통신서비스사업자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원하는 비용인만큼 SK텔레콤으로서는 유통채널이 다른 제품에까지 지급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삼성 직판 제품인지를 구분하기 힘들고 굳이 구분해야 할 이유도 없다. 보조금 허용으로 휴대폰을 싸게 장만하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던 소비자들만 두 거대기업의 힘겨루기 희생양으로 전락한 셈이다.
SK텔레콤은 최대 통신사업자이고 삼성전자는 최고 휴대폰 제조업체인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문제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상도의에서나 공정경쟁 측면에서나 문제가 있다. 법으로 허용된 보조금 혜택을 업체 간 이해관계 때문에 일방적으로 배제시킨데서야 어찌 지배적 사업자의 도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보조금 분담 문제를 떠나 이번 사태가 불러올 파장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보조금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뜨거운 공방 속에서 취해 왔던 태도와 명분이다. 정부는 시장혼탁과 SK텔레콤의 지배적사업자 지위 남용을 우려해 보조금 금지법의 연장을 주장해 왔다. SK텔레콤은 시민단체와 함께 보조금 금지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이에 반대해 왔다. 결국 중간점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어쨌든 제한적이나마 보조금 지급이 허용됐다. 소비자 이익을 위해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고 소리쳐온 SK텔레콤이 단말기 공급자와의 갈등 같은 사소한 문제로 이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결국 이번 일로 SK텔레콤은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은 물론이고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신뢰까지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보다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 또한 그동안 대기업이라는 힘을 이용해 협력업체들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시켜 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만큼 자업자득이라는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투명경영과 상생 협력 등 대기업 체질개선에 앞장서 온만큼 더는 소비자를 볼모로 삼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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