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온라인음악 업체 사장의 하소연

정진영

 “우리나라 온라인음악 시장은 정상적으로 사업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입니다.”

 벅스가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총 52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난 29일 한 중견 온라인음악 서비스 업체 사장이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벅스가 늦게나마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서 온라인음악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장 초기부터 법규를 지키며 정상 서비스를 운영해온 자신이 바보스럽기까지 하다는 하소연이다.

 무료 서비스가 성행했던 우리 온라인음악 시장은 정부와 음악 신탁관리단체 등의 노력으로 2003년부터 서서히 유료화 길에 접어들었다. 맥스MP3를 비롯한 9개 온라인음악 서비스가 유료화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LG텔레콤 뮤직온이 음악계와 대타협을 이뤄냈고 지난해 벅스와, 올해 소리바다가 그 뒤를 이었다. 이제 무료 음악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지요. 다만 문제는 정부나 음악권리자가 불법으로 운영되던 서비스를 양성화하는 데만 무게를 두고 정작 성실하게 음악시장 발전을 위해 애쓴 정규 서비스 사업자는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료 서비스의 유료화 과정에는 항상 ‘유예기간’이 적용되곤 했다. 유료 서비스를 결심한 대신 짧게는 몇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준비기간을 이유로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배려’했다. 그 기간에 돈을 받고 음악을 팔면서 저작권료를 꼬박꼬박 내던 정규 온라인음악 서비스업체는 장사가 될 리 만무했다. “하도 화가 나서 문화관광부에 찾아가 ‘우리도 몇달 동안 무료 서비스를 한 후 그 기간의 사용료만 배상하고 유료화하겠습니다’고 말했더니 아무말 못하더군요.” 이 사장은 조만간 서비스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를 무조건 죽이는 게 상책은 아니다. 이들을 양성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우리 음악 시장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클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온라인음악 시장이 지금까지 버텨온 데에는 꾸준히 법의 틀 안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온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때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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