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혜
“우리는 전략물자를 안 만드는데요. 그런 건 전쟁에 쓰이는 무기류나 화학제품 같은 거잖아요.”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IT부품을 제조하는 모 중소기업 임원이 한 답변이다. 이 회사가 전략물자와 관련된 물품·SW가 있는지는 판정을 통해 결정되겠지만 전략물자에 대한 이해가 참으로 단순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략물자를 관리하는 것은 전쟁이나 국제적인 테러에 쓰이는 물자의 입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해서 혹여 악용될 소지를 없애자는 차원이지만 전략물자가 반드시 100% 따로 정해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같은 부품이라도 어떨 때는 산업재로 쓰이지만 어떨 때는 무기류에 사용되기도 한다. 또 일반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소위 적성국가로 들어갔을 때는 테러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략물자에 대한 규정은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사의 제품은 전략물자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식이 이러니 전략물자 관련 전담인력을 두거나 전담조직을 갖춘 중소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규정을 갖추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을 뿐 중소기업들은 전략물자 수출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 남북경협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데 비해 전략물자에 대한 이해는 바닥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무역협회가 마련한 전략물자 국제 세미나에 200여명이 몰렸다. 다들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문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우리나라 기업도 전략물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구나’ 하고 내심 놀랐다. 그러나 참석자 리스트를 보고서 다시 한번 놀랐다.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의 한국 지사 담당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행사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이런 행사가 있으면 반드시 지사에 연락해 참석할 것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실행할 것을 주문한다”며 “일본 기업의 철저한 전략물자 관리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귀띔했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는 보험과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무방비로 있다가 언제 한번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모 전문가의 경고처럼 이제 중소기업의 전략물자 수출관리에도 눈을 돌릴 때다.
◆경제과학부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