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정보는 거래의 신뢰성과 사용자 편의를 위해 필수적인 전자상거래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품정보는 별다른 통일된 기준 없이 업종이나 기관 특성에 따라 제각각 운영돼 왔다. 이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상호연계는 물론이고 민간 업종 간에도 정보연계가 어려워 전자상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실정이다.
조달청이 최근 2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차세대 지능형 상품정보시스템을 개통함으로써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상품정보가 연계되는 기반이 마련됐다. 2004년 온톨로지 기반시스템 구축사업을, 2005년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 끝에 완성된 것이다.
조달청은 7조원 규모의 정부 보유 물품관리를 총괄하고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연간 43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전자상거래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이러한 물품관리와 전자상거래를 위해 조달청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62만 품목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시스템 개통은 무엇보다도 국가 상품정보의 다리 역할을 하여 공공기관(G2B)과 민간업체(B2B)가 산업·업종별로 다르게 구축한 상품정보를 서로 연계하고 공유함으로써 연간 300조원 규모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전자상거래의 국제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능형 상품정보 시스템은 온톨로지 기술을 적용, 찾는 상품명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상품의 품명·규격·단위·제조업체·HS번호·KS번호 등의 일부 정보만 입력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품의 연관 관계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어휘부터 파악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해 주는 시스템인 셈이다.
여기서 온톨로지란 차세대 인터넷 핵심기술로 컴퓨터도 정보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의 의미와 관계에 대한 사전을 구축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도록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휴대폰’을 검색할 때 정식 명칭이 ‘휴대형 전화기’이기 때문에 종전 시스템에서는 검색이 잘 되지 않지만 지능형 시스템을 통하면 손쉽게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연관상품이나 관련 업체 정보도 바로 제공된다.
또 온톨로지는 상품정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정보의 공유와 재사용을 위해 데이터를 최대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개념과 가깝게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데이터 자체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개최된 ISO 표준화 회의에서는 부품이나 상품정보를 다루는 측면에서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ISO8000’이라는 데이터 품질인증 표준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서도 온톨로지나 참조사전을 기반으로 한 해결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e비즈니스에서도 데이터 표준화와 정제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품질과 온톨로지 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해외 IT 선진국들은 데이터의 양적인 증가에 따른 성능 제고와 질적으로 우수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연구와 정책마련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의 위상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향상과 고급화가 산업경쟁력 확보의 기본요소임을 인식하고 대응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업은 국내외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현업에 신속히 적용함으로써 기술 실용화에 앞장서야 하고, 정부는 지능형 상품정보 시스템과 같은 미래 지향적인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선진기술 현실화를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상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sg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