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워 우화 중 “어느 추운 날 한 쌍의 고슴도치가 상대의 가시를 피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처 없이 서로 몸을 따뜻이 녹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순과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조화를 이룬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인간도 이런 고슴도치 우화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기심과 갈등으로 깊어진 골이 결국 파멸로까지 이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단체와 지역주민의 이기주의로 인해 많은 불특정 시민이 피해를 입는 일도 부지기수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각종 패륜범죄가 경쟁하듯 연일 보도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조직폭력배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가혹행위를 경험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해야 했다. 사회생활의 기본이자 시작이라는 가정에서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은 이제는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문제의 잘못에 대한 원인을 상대방에게서만 찾으려 하고, 자신에게만은 철저히 관대한 ‘이기심’이 점점 이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다른 사람의 처지나 주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도 문제다.
기업 활동에서도 이러한 점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노사관계다.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운 노사 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회사가 아예 문을 닫게 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노사는 결코 적이 아니다. 오히려 고난을 함께 극복하고 즐거움을 같이 나눌 동반자다. 대부분의 노사 간 반목과 갈등도 눈앞에 보이는 조그만 이익이나 단순한 시각 차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서로 주장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상생의 길을 가야 함은 자명한 이치다. 상대방 생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팬택계열은 작년 말 전경련에서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화합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노사가 ‘상생 협력’의 전향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사람 중심의 경영’으로 대변되는 기업문화가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팬택계열이 추구하는 이상과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는 흔히 노사관계를 이야기할 때 일본 도요타와 미국 GM의 사례를 예로 들고는 한다.
GM은 98년 29개 북미공장 가운데 27개 공장이 54일 간 파업을 함으로써 그 해 해당분기 이익이 무려 81%나 감소했다. 반면 도요타는 2005년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1조3000억엔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2006년 임금동결을 방침을 밝히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노사안정을 바탕으로 자동차 생산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팬택도 이제 막 한발을 내디딘 걸음마 단계의 수준을 뛰어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생산성 향상과 가치창출의 생산적 노사관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사 간이건 부부 사이건 부모 형제 간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통용돼야 하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진리는 속된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를 사랑과 관심으로 포용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아닐까 한다.
날개를 하나씩밖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마리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전설의 새, 비익(比翼)의 비행이 바로 우리 인간이 본받아야 할 삶의 진리인 셈이다.
◆최학송 팬택 경영지원본부장 상무 asochoi@pan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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