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코리아 강국과 칭기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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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초원에서 몸을 일으켜 대륙의 끝 잠든 북유럽을 정복한 위대한 세기의 영웅 칭기즈칸은 속도·기술·정보를 그 어떤 가치보다 존중했다. 칭기즈칸의 군대는 역사상 그 어떤 군대보다 먼 거리를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으며 전 세계에 깔린 역참(驛站)과 대상(隊商)으로 조직된 네트워크로 제국의 모든 정보를 장악했다. 어찌 보면 800년 전에 죽은 칭기즈칸이 정복한 것은 광활한 공간이 아니라 바로 ‘속도와 정보’였다고 할 수 있다.

 80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세빗 2006’ 개최지인 독일 하노버에서는 전 세계 76개국 6200여 업체가 속도와 정보에서 앞서가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특히 우리나라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수백 명에 이르는 외신기자의 취재 열기는 ‘IT 강국 코리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어 유럽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세계 휴대폰 시장 주도국 등 IT강국 이름에 걸맞게 반도체 신기술, 휴대폰 신제품 개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또 미국·일본·덴마크 등 선진국을 제치고 디지털기회지수(DOI)에서 1위를 차지해 IT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APEC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와이브로 서비스 시연과 외국 순방시 세계 여러 나라와 IT부문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가장 빠른 100Mbps 속도로 제공할 수 있는 파장분할수동형 광네트워크(WDM-PON) 방식의 댁내광가입자망(FTTH) 서비스가 개발돼 수출 효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5%대를 넘어서고 경제성장 기여도 역시 2000년대 초반 20%대에서 현재는 40%대까지로 늘었다. 이제 IT산업은 전후방 생산유발 효과가 커 거시경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차세대 미래핵심사업으로 등장할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상용화가 늦춰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교차 진입, 신규 컨버전스 서비스 출현 등에 분명한 원칙과 규제철학이 제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본이 우리나라에 역전당한 초고속인터넷 기술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지난해 IPTV서비스를 민·관 합작으로 상용화, 세계 기술표준 특허 획득 등으로 세계시장 주도권 제패에 나서고 있는 점은 깊이 되새겨볼 일이다.

 현재 세계 기업은 합종 연횡으로 IT강국 코리아의 신화를 타도할 비책을 강구하느라 여념이 없다. IT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승자가 하루아침에 패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최근 ‘혁신’을 내세운 국내 IT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몸 만들기가 한참인만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결합서비스 허용과 신규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IT 강국 코리아의 신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룬 것이 아니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IT강국 인프라가 이번 ‘세빗 2006’을 통해 성공적인 유럽시장 진출의 토대가 되고 더 많은 국부를 가져왔으면 한다. 칭기즈칸이 ‘속도와 정보전’으로 유럽 정벌에 나서 네트워크 제국을 이룬 것처럼 유럽에서의 굳건한 IT 코리아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영권 KT전남본부장 kimyou@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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