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그중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건 단연 ‘인간승리’에 관한 얘기다.
이번 대회에서 자메이카 출신의 봅슬레이 선수 래셀레스 브라운은 인간승리의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자메이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봅슬레이 2인승에서 28위에 그친 뒤 캐나다로 옮겨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오다 올림픽 개막 불과 한 달 전 국적을 바꿔 캐나다 대표로 출전했다. 결국 그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대목에선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실화를 영화화한 ‘쿨러닝’이 떠오른다. 겨울이 없는 열대의 나라 자메이카에서 우여곡절 끝에 봅슬레이팀을 만들어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내용을 코믹하게 그렸다. 그들은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국민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을 영웅으로 맞아준다.
브라운은 이 영화를 보고 봅슬레이 선수가 될 것을 결심했고, 오늘날 ‘쿨러닝’의 신화를 일궈냈다. 메달 수상의 영광도 고국에 돌렸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판 ‘쿨러닝’으로 평가되는 스켈레톤 종목의 강광배 이야기도 있다. 국내에 훈련장이 없어 유럽 각지를 떠돌면서 스켈레톤 기술을 익힌 강광배는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성적은 볼품없었지만 빙상에 의존해온 국내 동계스포츠 역사에 새 장을 연 그다. 이들 모두는 토양 마련이 안 된 여건에서 고군분투하는 인생도전자이자 승리자다.
이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방법은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일 게다. 시행착오에 따른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도 더 좋을 결실을 얻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유행에 따라 한번 스쳐 지나가고 마는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장기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나 수년 전부터 강조되고 있지만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 대책 마련에는 확실한 중장기 지원책이 절실하다.
이뿐 아니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이 그렇고, 여타 선진국보다 앞서 추진되고 있는 u시티 산업이 그렇다. 작지만 강한 나라건설은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토대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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