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정동수 KOTRA 인베스트코리아 신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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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물론 그 가운데 그 꿈을 이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소수의 한국인에게는 또다른 꿈이 있다. 비록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태어난 나라를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코리안 드림’이다.

 이런 더블 드림을 이룬 행복한 사람이 있다. 지난 16일 KOTRA의 외자유치 조직인 인베스트코리아 신임단장으로 취임한 정동수 변호사(51). 그는 고등학교 때 이민가 미국 정부 고위관리와 변호사로 성공하면서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데 그치지 않고 이제 외국인의 투자를 우리나라에 끌어오는 중책을 맡아 모국에 헌신할 기회까지 갖게 됐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정 단장은 50년 인생의 축적된 역량을 다해 인베스트코리아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연일 해외 무역관장들과 미팅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정 단장을 만나 유쾌하고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봤다.

 ◇중학교에 낙방한 하버드생=정 단장의 학벌은 화려하다. 77년 하버드대 사회학과 우등졸업, 80년 프린스턴대 국제행정학석사, 84년 UCLA 법학대학원 법학박사 등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부러울 것 없는 학벌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몇번이나 낙방한 전력이 있다. 지금과 달리 입시로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던 60년대 당시 정 단장은 중학교를 1, 2차 연거푸 낙방했다.

 홧김(?)에 중학교를 안들어가고 바로 그 다음해 고입 검정고시를 봤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런데 정작 입학하려고 했던 경기고에는 또다시 낙방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2차인 중앙고에는 수석으로 입학한 것이다. “허허. 기가 막혔죠. 5번 시험중에 3번을 떨어지고 두번 합격했는데 그 중 한번은 수석이고. 운이 없었는지 입시제도가 문제인지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얼떨떨해 하고 있는 정 단장에게 부모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이민간다.”

 ◇탁월한 조직가·전략가=그렇게 건너간 미국은 정 단장에게는 호기심과 관찰의 대상이었다. 특히 하버드대학 시절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미국 이민사회와 한인 커뮤니티에 주목하게 됐다. 당시 이민자들은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혼자서 열심히 부딪혀보는 극소수 사람과 아예 비주류임을 받아들이고 소외를 감내하면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 한인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83년 첫딸을 낳으면서 스스로를 이민 1.5세대(이제는 일반화된 이 말은 정 단장이 직접 만들어낸 용어라고)로 규정지어 정체성을 확립한 정 단장은 한인들도 미국사회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권 획득을 위한 유권자 등록 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83년에 한인커뮤니티인 한미연합회를 만드는 등 왕성한 조직활동을 벌였다. 한미연합회는 현재 워싱턴 지부 등 13개 지부를 가진 전국조직으로 커졌다.

 또 83년 유력잡지 타임에 한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났을때는 아예 100여명의 시위대를 조직해 항의서를 전달했다. 3년 후인 86년 타임의 동일한 기획기사에 한인에 대한 내용이 우호적으로 바뀌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92년 LA폭동으로 수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봤을 때에도 LA재건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까. 아무튼 스스로에게 사명감을 부여하고 살았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성에서 맹활약=정 단장의 이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무성 고위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94년부터 2001년까지 미 상무성 국제무역청 수출지원조정국장, 전략수출지원실장, 서비스업 및 금융 담당 부차관보 등을 역임하면서 미국의 심장부에서 맹활약을 벌였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고위관료로 재직한 한국계 미국인은 딱 3명 뿐이었다.

 들어가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91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정 단장이 후보로 나왔다. 당시 일본인, 필리핀인, 히스패닉, 동성애자 등 13명의 후보자가 우후죽순으로 나왔으며 이 가운데 정 단장의 예상순위는 거의 최하위였다. 그러나 결과는 3등 낙선. 클린턴 정부 출범을 위해 뉴페이스를 물색하던 민주당 측은 정단장의 탁월한 능력을 눈여겨보고 정권인수위에 참여해달라는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고 한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2001년 자연스럽게 그만두었죠.”

 ◇이제 한국에 직접 기여할 기회=그가 이제 한국을 위해 일한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려는 외국인 투자자를 한국으로 데리고 와야한다.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이 더 많이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 단장은 영어와 한국말에 능숙하고 미국과 한국의 정서를 잘 알고 이해한다. 조직가와 전략가의 기질도 갖고 있으며 미 상무성의 경험까지 합쳐져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으로는 더 없는 적임자다.

 올해 수십억달러의 외자가 직간접적으로 그의 손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이다. 인베스트코리아 역시 정 단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정 단장은 “조직은 언제나 리뉴얼해야 하며 특히 나아지는 방향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임기간 중 꼭 하고 싶은 일은 외자유치 금액 수치를 맞추는 것보다 본인이 없어도 스스로 잘 돌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또 열심히 일하되 스스로도 즐겁고, 직원들도 즐거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정 단장의 유쾌한 실험이 시작됐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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